매일신문

생지옥 인도네시아 아체, 정부군-반군 무력충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 아체주(州)가 정부군과 반군 자유아체운동(GAM) 사이의 잦은 무력 충돌로 무고한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죽거나 고문을 당하는 등 생지옥이 되고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과 GAM이 서로 주민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보복을 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주민들을 상대로 고문.방화.약탈 등을 자행, 소중한 생명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생지옥의 현장=정부군은 GAM 요원 색출을 위해 부녀자와 노약자 등이 주로 거주하는 민가에 난입해 협조를 않거나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할 경우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체의 주도인 반다아체의 우중 레우바 마을은 지난 6일까지 대부분 집들이 군인들의 방화로 불탔고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심한 고문에 시달렸다고 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최근 주부 주바이닫(25)씨는 집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5명의 무장군인들이 들이닥쳐 남편의 행방을 추궁하자 모른다고 답변했다가 끔찍한 고통을 당했다. 군인들이 그녀의 4세된 아들을 집 밖으로 내던지고 끓는 물을 아들의 온 몸에 들이붓는 만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

GAM의 첩보원으로 의심받는 주민들이 군인들에게 끌려간 뒤 고문을 받고 온전치 못한 몸이 되거나 고문 후유증 끝에 죽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 10일 반다아체에서는 예비역 장성 출신으로 골카르당 소속 국회의원이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를 마친 뒤 귀가하던 중 반군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격에 숨지는 등 테러도 잇따르고 있다.

GAM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도 고통스럽다.

이들 지역은 정부의 행정 및 사법기능이 마비됐고 GAM이 부족한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의 세금을 강요하거나 강도, 약탈 등의 방법까지 동원, 주민들이 공포 속에 살고 있다.

△무력사태 악화 원인=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군사작전 명령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인도네시아 정부와 GAM과의 휴전협정과 대화노력이 실패로 끝나면서 정부군과 반군간 유혈충돌이 잇따르자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 달 중순 군과 경찰에 제한적인 반군 소탕령을 지시했다.

군은 소탕령이 떨어지자 곧 테러진압 요원 1천여명을 아체에 급파, GAM요원 색출을 이유로 민간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들어갔다.

정부는 반군 소탕작전 돌입과 함께 이슬람 종교법 및 특별자치주 허용 등의 '당근과 채찍'을 내놓고 있으나 GAM은 독립요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 결국 국제사회의 중재나 개입이 없을 경우 아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아체는 지난 25년동안 독립을 주장해왔고 독립을 둘러싼 분쟁에서 5천여명이 숨졌다.

외신종합=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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