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학생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이에 따라 농촌·소도시 등에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을 붙잡아 두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더구나 오래된 학교의 낡은 건물과 불편함을 그대로 두고 애향심에 호소해 학생들을 잡아두기도 설득력이 없는 일.
그래서 일부 학교는 아예 학교를 이전, 현대식 교육시설을 갖춰 학생들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명문교로 육성하려 하지만 이것조차 만만치가 않다.
영천에서는 영천고교 이전문제로 갑론을박이다.
◇영천고교 이전 추진 경위
야사동에 위치한 영천고교의 이전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해부터.
처음에 경북도교육청은 문외동 중앙초교와 망정동 동부초교 사이에 초교를 신설, 2003년 3월 개교하기로 하고 부지를 물색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출신 박헌기 국회의원과 김애자 경북도교육위원이 영천에 현대식 명문 공립고교를 육성해야한다는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 영천고교를 초교로 사용하는 대신 망정동 옛 담배원료공장 부지에 현대식 교육시설을 갖춰 영천고교를 개교하는 방안을 경북도교육청에 제시했다.
도교육청은 지역교육발전을 위해 이 제안이 타당하다고 판단, 담배원료공장부지 2만7천평중 7천평(2만3천㎡)을 이전부지로 정해 예산(126억여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영천고 총동창회는 이전부지 면적이 현재 학교부지(9천300여평)보다 작다는 등의 이유로 강력반대하고 나서 이전계획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계자들의 입장
△박헌기 국회의원=교육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부지가 좁다는 것만으로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 안된다. 현재의 영천고교 9천300평부지는 과거 영천중·고가 같이 있었을 때의 면적이지 지금은 영천고교(15학급)뿐이므로 별문제가 안된다. 이 문제를 동창회차원이 아니라 영천 전체의 교육차원에서 시민토론회를 통해 결정하자.
△김애자 경북도교육위원=최근 개교한 경산중·고교는 부지 1만5천평중 1만1천평을 경산시에서 조성해 도교육청이 연차매입 형식으로 마련했다. 영천고 총동창회가 요구하는 9천평 확보를 위해서는 망정동 부지 2천평을 추가매입해야 하지만 도교육청으로부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문덕순 영천고교 운영위원장=학교발전을 위해서는 현대식 교육시설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천고가 현대식 교육시설을 갖추기 힘들다. 학교부지는 이 다음에 더 넓혀도 된다.
△성태조 영천고 총동창회장=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모교이전을 강력 반대한다. 망정동 부지에는 운동장에 100m 트랙조차 못만든다. 체육관과 급식소 등 각종 시설을 새로 지어준다고 하지만 지금 시설보다 나은 것이 없다. 학교건물 사이 거리가 너무 좁아 1, 2층은 햇볕이 하루종일 차단되고 주차장도 비좁다. 특히 신설될 학교본관 뒤에 아파트 5층 높이의 담배원료공장 건물이 있어 학교분위기를 해칠뿐 아니라 우범지대가 될 우려가 높다.
△정태준 영천시교육장=현재 야사동 영천고교는 주변에 수천세대의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교통이 좋아 초교의 위치로서는 최적이다. 지역 초등학생들의 편의와 명문고교 설립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전망
영천고 총동창회가 지금처럼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한 영천고 이전 계획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교육청 박상태 관리국장은 "고교의 법적 교지면적은 5천평이내이다. 영천 망정동 담배원료공장 부지 7천평은 법적 교지면적을 넘어 문제가 됐지만 현대식 공립고교를 열망하는 영천지역의 여론을 감안해 어렵게 결정한 것이었다"며 "도교육청 입장에서는 영천에 초교를 신설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영천고총동창회가 반대하고 있고 부지를 추가매입할 수도 없어 영천고 이전은 없던 것으로 하고, 망정동에 초교를 신설하기로 내부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안은 없는가
박진규 영천시장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제3의 부지로 중앙동 영천중학 뒷편 임야와 망정동 전투경찰대 인근지역 2개소를 검토했다.
그러나 영천중 뒤 임야(1만2천평)는 수십기 분묘 이장과 토목공사에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며 보현산 정기를 끊는다는 반대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전경대부근도 도로개설 및 지주들로부터 땅을 매입하는 문제 등 시간,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다.
현재로서는 망정동으로 이전하되 총동창회의 요구를 수렴해 2천평을 영천시가 추가로 매입, 9천평으로 넓혀 학교부지로 제공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그러나 이경우 공장건물 3개동 중 1개동 철거비용과 부지매입비 등 10억원대(교육청추산)의 예산부담문제가 과제다.
경북도교육청은 2003년 초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영천고 이전문제가 이달내 결정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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