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종합경기장 개장 축하 축구경기가 열린 20일 오후 문희갑 대구시장은 전반전 경기가 끝난 뒤 귀빈실에서 민주당 대구·경북 지구당위원장들과 당원들에 의해 옷소매가 당겨지는 등 약 1분여 억류되는 봉변을 당했다. 문 시장은 전투경찰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김중권 민주당 대표의 순으로 진행된 귀빈 축사에서 비롯됐다. 이 총재의 얼굴은 연설시간 내내 전광판에 나타났으나 김 대표의 얼굴은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
민주당 사람들은 즉각 대구시측에 거칠게 항의했으나 문 시장은 "경황이 없어 상황을 잘 모른다. 알아보겠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민주당측은 "문 시장이 대회장인 만큼 책임이 있다"며 사과를 종용했고 문 시장은 이를 거부한 채 리셉션을 이유로 귀빈실을 빠져나가려 하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한나라당 소속인 문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성심을 보인 것"이라며 "시민의 축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하고 문 시장과 대구시측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측은 또 "김 대표의 연설 순서를 이 총재 뒤에 잡고 문 시장이 8분이나 연설, 생방송 시간에 쫓기게 만든 것이나 경기장 아나운서가 이 총재만 거명하고 김 대표를 빠뜨린 것, 김 대표에게 전달되는 꽃다발을 행사진행요원이 제지했다"며 민주당과 김 대표에 대한 명백한 홀대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21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김 대표의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화합의 축제가 돼야 할 순수 체육행사가 대구시의 의도적인 여당 대표 무시로 야당 총재의 유세장이 돼 버렸다"며 "한나라당은 지구당별로 200명씩 입장권을 나눠줬으나 민주당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대구시의 편향된 처사를 강력히 성토했다. 장태완 민주당 대구지부장도 이날 오전 문 시장과 면담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경위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측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축구경기 중계를 위해 4시55분에 KBS로 경기장 전광판 중계권이 넘어갔다"며 해명했다.
반면 KBS측은 "개장식때 환영사나 축사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 행사가 전반적으로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미숙한 행사진행을 꼬집었고 다른 관계자는 "6개의 화면을 경기장에 제공했다"며 "전광판에 현장 상황을 내보낼지 TV 화면을 내보낼 지는 주최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드컵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화합의 장이 되고 축제가 돼야 할 행사에 정치인들이 나타나 정치 유세장화 함으로써 결국 불미스런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정치인들의 참석을 막든가 아니면 참석하더라도 소개만 하고 축사 등의 기회는 주지 않아야 한다"고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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