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양아 키우는 진경도.이신자 부부

◈아이가 주는 기쁨 말로 못해요2.9kg 결막염.황달아이

진경도(38), 이신자(34)씨 부부는 지난 해 9월, 엄마.아빠가 됐다. 공개입양을 했던 것. 결혼 8년만이니 조금 늦은 셈이다.

"처음 아기를 봤을 땐 놀랐어요" 두 사람의 장남 건(建)이는 2.9㎏의 작은 몸집에 태어날 때부터 결막염과 황달을 앓고 있었다. '작고 못생긴 아기, 설마 저 아이가…'. 그러나 그 못생긴 아기 건이는 클수록 아빠 진경도씨를 쏙 빼닮아갔다. 너무 닮아 '몰래 낳아온 자식'이라는 혐의를 받았을 정도였다.

"아기는 원래 아빠를 닮는가봅니다. '공개 입양 부모 모임'에서 만나는 부모와 아기들은 모두 쏙 빼닮았어요.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엄마 이씨는 연방 "우리 아기 이쁘죠?" 자랑이었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 보인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기자의 눈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아기처럼 보일 뿐인데….

성악전공 엄마 '배변박사'

엄마 이신자씨는 '대변 박사'다. 성악을 전공한 미인에게는 어울릴 성싶지 않지만 8개월 짜리 아기 엄마에게는 잘 어울린다. 엄마는 '대변 색과 냄새, 점도는 아기 건강의 척도'라고 마치 의사처럼 말했다.

"우리 건이는 정말 착해요. 아프지도 않죠, 칭얼대지도 않죠, 잘 먹죠, 잘 자죠, 똑똑하죠…" 아무래도 두 사람은 객관성(?)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그만큼 '금이야 옥이야' 챙기는데 세상의 어떤 '못된' 아기가 칭얼댈까. 엄마 이씨는 건이를 데려오기 훨씬 전부터 육아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섭렵했다. 지금도 육아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 건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매일 받는다. 아기 생일을 입력해두면 나이에 필요한 정보가 e메일로 도착한다.

"건이 없이 지난 8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두 사람은 참 금실 좋은 부부였다고 했다. 커피와 음악, 영화가 공통 관심사였다.

"둘이 함께 있다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할 줄 알았어요" 두 사람은 그 세월이 사실은 참 건조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했다.

아이가 주는 기쁨만으로도 만족

오랜 세월 두 사람만의 색깔로 칠해졌던 집 안팎은 점점 '아기색'으로 변해간다. 컴퓨터 바탕 화면엔 건이의 얼굴이 웃고 있고 부부의 사진이 걸렸던 거실 벽엔 건이 사진이 걸렸다. 아빠의 책이 뒹굴던 자리엔 건이의 장난감들이 점령군처럼 버티고 있다. 벽지도 새로 발랐다. 아무래도 건이가 화사한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둘째도 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씨 부부는 욕심이 많다. 첫 아이도 아들, 둘째 아이도 아들을 원했다. "셋째는 귀여운 딸을 둘까 합니다". 진씨 부부는 세 명을 입양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살얼음 같은 사춘기를 무사히 건너는데 같은 입장의 형제가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를 데려올 때 혈액형도, 생김새도 따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기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키우기로 작정했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걸 깨닫는 순간, 또 입양이 뭔지 알아차리는 순간 아이들이 힘들어 할 거 아녜요? 그때 저와 똑같은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걸 알게 되면 훨씬 견디기 쉬워질 겁니다" 진씨 부부가 세 명의 아이를 고집하는 이유와 '공개 입양 부모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까닭이 거기 있다.

'아기가 자라서 부모를 힘들게 하지 않겠는가'라는 물음에 진씨 부부는 "지금 건이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만으로도 앞으로 혹 저지를지 모를 모든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고 했다. 낮잠에서 깬 건이는 엄마가 화장실 간 새를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아예 통곡(?)으로 이어졌다. 틀림없이 별난 놈인데 그 부모들은 아니라고 우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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