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전광판 사고' 물고 늘어지기

20일 대구종합경기장 개장식 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연설 때와 달리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연설장면이 대형 전광판에 방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주장하는 지역 민주당의 공세가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구.경북지부는 22일 7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대구시에 전달하고 48시간 내에 납득할 만한 해명과 답변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 질의서에서 "식전행사 시간이 25분으로 제한돼 있음에도 시장이 배정된 시간 4분을 두 배 이상이나 초과해 자신의 환영사에 8분20여초를 할애한 것은 식전행사 맨 마지막 순서인 김 대표의 축사에 차질을 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7만명의 대구시민 앞에서 행사진행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은 내년 선거를 대비, 이날 개장식장을 시장 자신의 정치유세장화 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특히 "7만 대구시민이 지켜보고, 전 국민이 TV로 시청하는 축제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대구와 250만 대구시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날 대회장인 문 시장은 마땅히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1일 오전 장태완 민주당 대구지부장의 항의방문을 받은 문 시장은 "행사 진행상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전광판은 KBS에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는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문 시장은 이날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 월드컵 경기장 개장식 '차별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고 22일 전용학 민주당 대변인이 밝혔다. 문 시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월드컵 경기장 개장행사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된데 대해 대회장으로서 죄송하다"면서 "기술적 문제였으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행사 실무책임자였던 여희광 대구시 문화체육국장도 "경기장내의 행사를 전광판에 생중계할 수 있는 방송자재나 인력 등이 없어 부득이 입장객들의 편의를 위해 방송사의 도움을 받아 행사장면을 방영했다"면서 "축구 중계방송이 시작되면서 행사장면의 전광판 방영이 중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시장과 대구시의 이같은 해명에도 민주당 대구.경북지부는 이날 오후 다시 '문 시장은 한나라당 시장인가 대구시민의 시장인가'라는 성명에서 "문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할 월드컵마저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는 작태를 중단하고 밀실에서의 반성이 아닌 언론을 통한 공개 사과를 하라"고 재압박했다.

한편 한나라당 대구시지부도 이날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대표라는 사람의 연설이 전광판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7만 대구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의자를 발로 차고 문 시장을 감금, 위협하고 정략적 음모 운운하는 오만과 교만함을 보이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