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전력요청-경수로 연계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전력지원 요청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경수로 건설 지연과 사실상 연계시키고 있음이 드러나 북한의 의도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북한은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흑연감속로를 동결하는 대가의 중간과정으로 경수로 1기가 완공될 때까지 이미 미국측으로부터 해마다 중유 50만t을 납입받아 전력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어 경수로 건설과 연계한 북측의 대남전력 지원요청은 중복지원의 불씨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지난 4차 장관급회담(12.12~16)에서 "긴장한(어려운) 전력사정이 풀리고 경수로 건설이 완공될 때까지 몇해동안 전력(200만㎾)을 제공하되 우선 명년 초부터 1단계에서 50만㎾의 전력을 제공할 데 대한 제안"이라며 전력지원 기간을 경수로 완공 때까지로 못박았다.

북한은 지난 16일 위임에 의한 조선통신사 상보 형태로 제네바 기본합의를 언급하는 가운데 "지난 2000년 3월 뉴욕에서 진행된 조미(북미)회담에서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하여 우리(북)가 입게될 전력손실을 보상할데 대한 안을 미국측에 내놓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미국측이 공약한 오는 2003년까지의 경수로 발전소 건설은 심히 지연되고 완공 전망을 예견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며 "경수로 건설이 2008년은 고사하고 2010년에나 가능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연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이같은 상황에서 전력지원 요청에 대한 북측의 기본입장이 뒤늦게 확인된 것은 그동안 정부측의 설명에 대한 공신력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차 장관급회담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의 전력지원 요청 근거와 경수로 건설과의 관계에 대해 "경수로 건설이 지연돼서, 또는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차질 등이라는 표현으로 북측에서 전력협력을 요청해 왔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전력지원 문제와 관련, 경수로 건설 지연에 직접적인 연관을 시키지 않고 북한의 전반적인 전력 사정을 고려,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었다하지만 북측의 발언 내용이 통일부의 공식기록으로 확인된 이상 북측이 요구하는 전력지원은 일과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경수로가 완공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인 오는 2008∼2010년까지 장기적 사안임이 분명해졌다.

게다가 대북 전력지원이 북측에서 주장하는 북미 뉴욕회담과 결과적으로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측 태도가 석연치 않다는 질책까지 제기되고 있는실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미관계까지 고려해 전력지원 요청을 제기한 북측 의도를 정부측이 도외시하고 이런 사실이 공개됐을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만을 의식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북 전력지원에 관해 북측과 합의했거나 결정된 것은 전무하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은 대북협상에 대해 투명하지 않게 전달하고, 또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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