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보고싶어요. 곁눈질하기 싫어요. 하지만 내모습 온전치 않아…'21일 오후 2시 대구구치소(소장 이태희) 3층 강당에서는 수용자와 장애인 150여명이 한덩어리가 되는 보기 드문 무대가 펼쳐졌다.
울산 태연재활원(원장 이동선) 원생 40여명이 장애인의 달을 맞아 '사랑의 음악회'를 연 것. 아이큐 70 이하의 정신지체아로 언어장애, 자폐증, 간질,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8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마련한 음악회였다.
무대 효과 장치는 맨바닥에 조명과 음향시설 하나없이 비누방울을 쏘아 올리는 것이 전부. 그러나 독창, 율동, 고전무용, 합창 등 장애인들의 공연이 이어지자 굳어있던 구치소 수용자들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무대로 빨려들었다. 관객 몇몇도 무대로 올라가 덩실덩실 춤을 췄다. 장애인들을 지도한 음악치료사 김정분(48.여)씨는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표현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태연재활원생 220명중 80명에게 음악치료를 시도, 40명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준으로 만들었다.
김씨는 이날 구치소 수용자들에게도 음악치료를 시도했다. '어머님의 노래'를 두번 거듭 부르게하자 웃고 박수치던 수용자가 하나둘 고개를 숙이고 훌쩍대며 눈시울을 붉히는 통에 노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구구치소 이태희 소장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공연을 수용자들은 가슴으로 관람했을 것"이라면서 "이들의 공연을 여러 사람들이 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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