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핫'과 '에초티'

'30만 명 크게 반발, 3천여 명 진상 요구 격렬 시위. 시위대 돌 던져 사무실 유리창 파손, 항의성 이메일 언론사에 무더기 발송, 전국 각지의 사람 모아 대규모 시위 준비 중, 사건 관련자 중 3명 극비리 일본으로 출국'.

웬일인가? 무슨 절박한 일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는가? 병역 비리, 의료보험, 역사 교과서 왜곡, 기숙학원 화재 참사, 그도 아니라면 5.18 관련?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청소년들의 우상, 5인조 댄스 그룹 'H.O.T'가 해체됐다. 13일 'H.O.T'의 멤버 중 3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현 소속사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5년간 가요계 정상에 군림해 왔던 'H.O.T'는 해체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소식을 접한 팬들은 'H.O.T 해체 반대'를 외치며 일부는 소속사로 몰려가 격렬한 시위를 벌렸다.

'H.O.T'는 결성에서 해체까지 늘 청소년의 화두였고 또 기성세대의 곤혹이었다. 쉰세대는 'H.O.T'를 '핫' 또는 '에이치오티'라고 말하고, 신세대는 '에초티'라고 발음을 교정해 주며 어른들을 비웃었다. 217억원의 보험에 경찰 400명이 배치된 콘서트. 5만 명의 팬들은 눈비 속 추위에 떨면서도 '에초티'를 열광적으로 연호했다. 그러나, 공연장 밖에서는 노숙자들이 흥분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팬 가운데 일부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지하철 노숙자의 이불 한 장을 몰래 가져갔다. 어린 팬들의 양양한 환호 속에 어른 노숙자들은 '이불 내놓으라'며 울부짖었다. '오빠 좀 봐 주세요!' '봐 달라고? 음주운전을?' 경찰도 H.O.T 앞에서는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강타'가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켰을 때 경찰은 법대로 '보통 청년 안칠현(강타의 본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과 동시에 팬들은 강남경찰서 홈페이지를 점거하고 '오빠를 용서해 주세요' 등의 글을 올려 어른 경찰의 선처를 호소했다.

'핫'이던 '에초티'든 어쨌든 'H.O.T'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5월 13일부로 'H.O.T'는 자의든 타의든 사실상 해체되었다. 기성 세대에게 이 날은 별 볼일 없는 날이겠지만, 'H.O.T'의 팬인 청소년들에게는 찬란한 별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될 것이다.

동양대교수 경영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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