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덕(?)에 다시 보는 고향

『가뭄 때문에 옛 고향을 다시보게 되다니...』최근 계속되는 봄 가뭄으로 합천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몰됐던 옛 고향 마을을 다시 보기 위한 실향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합천댐 상류 대병·봉산면 일부와 봉산대교 위쪽 상현·가천리, 거창군 남하면 전 지역이 옛 모습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마을들은 지난 88년 합천댐 건설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올들어 유례없는 가뭄으로 지난 3월쯤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실향민들이 가족과 함께 몰려와 옛 생활터전을 손짓하며 자녀들에게 설명하는가 하면 기념사진 촬영 등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정겹다.

12년만에 옛 고향을 찾아왔다는 정수동(65·대구시 남구 남산동)씨는『학교터, 집터, 교량은 물론 논밭이며 강변까지 고스란히 드러나 마치 옛날로 되돌아온 기분』이라며 기뻐 했다.

또한 함께 온 할머니는 『옛날 저 들에는 삼(대마)을 많이 심어 시집와서부터 아낙네들이 감나무 아래 모여 길쌈을 삼았다』며 아련한 옛날을 더듬기도 했다.

다행히 수몰지역에서 제외돼 고향을 지키고 있는 추원식(44·거창군 남하면 대야리 용동마을)씨는 『지난 일요일에도 고향을 떠난 친구 8명이 하루종일 놀다갔다』고 했다.

합천군 봉산면 가천리와 거창군 남하면 대야리는 경계지역으로 추씨는 사라진 옛 가천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전교생 300여명의 꽤 큰 학교였고 마을 교회도 있었다며 『물이 찼을때는 몰랐는데 바닥이 드러나고 나니 옛날이 그립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은 『고향터를 찾는 사람들은 꼭 수몰 전 이웃이었던 사람들을 찾아줘 더없이 반갑다』며『고향도 생각하고 옛 정을 쌓는다』고 기뻐 했다.

실향민들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떠나면서 세웠던 「망향비」를 어루만지며 자신들의 이름을 찾아 쓰다듬기도 하고 이 기회를 놓칠세라 열심히 비디오에 담아서 돌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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