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아시나요 당신이여 사람은 사람을 먹고 살아가듯

사람은 사람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걸

사람이 사람 안에 있지 않고 사람 밖에 있으면

그 사람 안에는 호흡이 없다는 걸

사람이 사람 안에 있지 못하고 사람 밖에서

눈물에 떠있는 섬이 되도록

초상집 개처럼 내쫓은 당신이여

사람들과 모습이 다르고

한두 가지 신체 기능이 상실되었다고

멸시하던 찬 계절이 지나고 이제는

장애인 주제에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

당신보다 더 큰 박수 받았다는 죄로

가제미 눈으로 입 비쭉이는 계절이여

오늘, 내 이 한 마디만 하리라

신체 장애란

그 누구에게나 감기처럼 소리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나쁜 손님이라는 걸.

-김현희 '사람은 사람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걸'

지난 주말 장애인 문인들의 출판 기념식과 문학상 시상식장에 갔다. 그 때 어떤 여성 장애인 시인이 낭송한 시이다. 문학에는 장애, 비장애가 없다. 오로지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해가 있을 뿐이다.

소외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문학을 하고싶어하는 그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신체 장애가 감기처럼 소리없이 찾아온다는 구절에서는 공감의 고개가 끄덕여 졌다. 장애, 비장애의 구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문학이 해야할 몫이 반드시 있다. 이 시도 그런 몫을 하는 시 가운데 하나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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