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가 룸비니동산에서 마야부인의 옆구리로부터 태어나자 마자 두루 일곱 걸음씩 걷고 살피면서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천상과 천하에서 오직 자기 홀로 높다고 하였다.(天上天下 唯我獨尊) 이것은 지상의 일반 사람들의 출생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육안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거짓말이다.
그러므로 운문선사가 그가 만일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여래를 때려죽여 굶주린 개에게 던져주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음식을 잘못 먹어서 오래도록 가슴에 얹혔던 것이 쑥 내려가는 듯 참으로 속 시원한 말이다.
그러나 육체의 옷을 벗어버리고 영안으로 바라보라. 그래도 잘 보이지 않으면 영혼의 속옷도 벗어버리고 신안으로 바라보라. 그래도 분명하지 않을 때는 신의 팬티마저 벗어버리고 완전한 나체가 되어서 바라보라. 그러면 허무공인 진공의 공안으로 분명히 바라보일 것이다. 육안으로는 아무래도 보이지 않던 상기 하늘나라 아기의 출생현장의 모든 것이 그대로 진실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석가여래가 가필라성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지마는 결코 수긍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여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억만년이 넘도록 이 지상에서 살다 간 모든 사람들과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합하여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다 각자가 유아독존이다. 유아독존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높을 존자는 아니다. 높을 존(尊)자는 오역이다. 있을 존(存)자로 하여야 한다.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각자가 한 사람의 하나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세포수가 약 사십조 전후라면 지상의 70억 가까운 인구는 각자 하나님 몸의 일부 기관 조직세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왕자지마는 그것이 무엇 그리 높단 말인가. 지구촌의 반장도 되지 못하는 것을! 다 같은 한 사람의 몸 조직세포로 존재할 뿐이다. 운문선사는 참으로 시원한 말을 하였다.
식물병리학자·전 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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