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권기용 할머니 '일 강제노역'등 공개

"일본의 역사왜곡 작태가 너무나 괘씸해 이제서야 공개합니다".청송의 권기용(79·청송읍 월막리) 할머니가 56년 동안이나 품에 넣어 두었던 남편의 징용일기를 공개했다.

1940년 4월 권할머니와 결혼한 뒤 6일만에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 막노동과 공장일을 하던 심시택씨가 1944년 태평양전쟁때 1년간 남양군도에서 강제로 노역한 내용을 기록한 일기.

심씨는 징용 6년여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1970년 징용시절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일기에 따르면 심씨는 44년 3월쯤 군함으로 상하이·대만을 거쳐 한달여만에 남태평양의 한 섬에 도착, 산속에 기지를 파고 전쟁물자를 공급하는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미군의 공습으로 조선인 4명과 일본인 6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적도 있고 인근 섬에 끌려다니며 공습과 미군상륙에 대비해 굴을 팠고 고구마잎으로 생을 부지하는 지옥같은 생활을 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심씨는 해방뒤에도 한달이나 지나 일본의 항복 사실을 알았고 함께 있던 조선인들은 기뻐 춤을 췄지만 일본 대장과 일본군 몇 명은 자살했다고 적고있다.

남편이 일본에 끌려간데 대한 대가(노임)로 당시 돈 400원(5천만원가량)을 보상받기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권 할머니는 슈퍼를 경영하면서 8남매를 두었다.

권할머니는 "남편을 죽인 것과 다름없는 일본으로부터 반드시 돈을 받아내 같이 끌려간 동료들의 영혼을 달래는 절을 세워달라는 남편의 유언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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