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농외소득 지원 '허상'
"IMF사태 이후 발길이 끊겨 거액을 들인 시설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군위 효령면 매곡2리 '친곡관광농원' 관리인 김정애(여·46)씨는 "언제쯤 경기가 풀리겠느냐"며 속을 태웠다.
이 농원은 형부 윤병열(52)씨가 1만6천여평에 융자·자부담 등 6억원 넘게 들여 1996년 문을 연 것. 그러나 바로 다음해 IMF사태가 터진 것이었다. 골프연습장, 방갈로, 연못, 숙박시설, 산책로… 그 많은 시설들이 소용 없어졌다.
인근 구안국도 변의 '간동 농어촌 휴양단지'. 병수·성리 2만3천평에 1992년 정부 융자 5억원 등 23억원을 들여 기반시설을 해 놨지만 지금까지 들어 선 것은 모텔 한 곳뿐. 잘 닦인 인도는 사람 키를 넘는 잡초에 잠겨 있었다. 그 옆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하고 있다는 도병섭(36)씨는 "보기조차 흉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영주 풍기면 수철리 '소백산 관광농원'은 흉가 같았다. 1994년에 4천800여평에 6억8천여만원을 들여 숙박시설·식당·판매장을 갖췄으나 부도 나 최근에 주인이 바뀌었다. 부서진 유리조각, 나뒹구는 가재도구, 먹다 버린 쓰레기들이 악취·잡초와 함께 인적을 대신하고 있었다.
인근 장수면 화기리 '장수관광농원'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고 했다. 8억4천만원이나 투입돼 6천여평의 농장·온실, 휴게소, 어린이 놀이터 등이 마련됐지만 1999년 새 주인을 맞고서야 활로를 모색 중이라는 것.
경북도내 51개 관광농원 중 가장 많은 6개가 자리잡은 상주의 사정도 비슷했다. 10억5천만원 넘게 투입됐다는 내서면의 한 농원은 3천600여평에 수석전시장, 예식장, 연수관까지 갖췄으나 1999년 경매처분 됐다. 5년 전 화남면에서 9억원으로 관광농원을 만들었다는 안용석(55)씨는 "UR이후 농촌에서 가장 유망한 사업이란 말을 듣고 시작했으나 후회스럽다"고 했다. 종업원 없이 식구들이 달려들어 일해야 겨우 운영된다는 것.
청송의 3개 관광농원 중 안덕면 '방호정농원'은 2억4천만원의 농협부채를 못갚아 문을 닫은 채 1997년부터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주왕산농원'의 주인은 이미 바뀌었다. 영천 5개 농원 중에서는 4개가 문 닫았거나 경매에 넘어갔다. 안동 임하면의 한 농원도 최근 휴업했다. 청도 '대성농원'(매전면)은 미리 건설이 포기됐다. 울릉 '옥천관광농원' 장현종(44) 대표는 6억여원을 들이고도 겨우 반쪽영업 상태.
관광농원협회 김주용(65) 도지회장은 "50여개 농원 중 절반 이상이 넘어졌거나 문닫은 상태여서 협회 구성조차 제대로 안된다"고 했다. 성주군청 김기태 농정기획 담당은 차별화 실패, 의성군청 황영록 산업과장은 사업성 분석 실패, 영주시청 이형호(51) 산업담당은 자기 자본 부족 등을 관광농원 실패의 한 원인들로 지목했다상황이 악화되자 농림부는 지난 6월5일 융자 금리를 8%에서 6.5%로 낮췄다. 그러면서 1999년 이후엔 신규 건설 지원을 중단했고, 올해부터는 전통유산 등을 결합 자원화하는 '그린 투어리즘'으로 지원 방향을 바꿨다. 농협도 뉴질랜드에서 성공한 팜스테이 혹은 홈스테이 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실패한 것은 관광농원만이 아니었다. 특산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부는 농촌을 살려야 한다며 1992년부터 98년까지 농외소득원 개발 지원에 2조5천375억원을 투입했다. 농공단지 295개, 관광농원 491개, 민박마을 266개 등이 그 산물. 하지만 잇따른 악재로 농공단지 입주업체 3천715개 중 476개가 휴폐업 중이고, 관광농원 491개 중 121개가 문을 닫았다. 결과가 참담한 것.
농림부 농촌정비과 김동근씨는 "경북지역 관광농원이 가장 어렵다"며, "앞으로는 금전적 지원보다는 경영·행정 지원으로 자생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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