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설아동들 재능 썩힌다

아동복지시설에 사는 정국(13·가명)이는 미술에 소질이 있지만 그림공부는 꿈도 못꾼다. 다른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2, 3곳의 학원을 수강하는 게 기본이지만 정국이는 어려운 시설 여건에서 미술학원 한 곳도 힘든 형편. 정국이는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자원봉사 선생님을 찾는"다는 광고도 올려봤지만 2년째 아무 소식이 없다.

'사교육 천국' 인 나라에서 복지시설 아동들의 소외감은 깊다. 정부의 빈약한 시설아동 지원책,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대다수 시설들은 사설학원 수강기회를 늘리려 애쓰고 있으나 예산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56명이 있는 성림아동원(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은 한달에 200만원을 원생들의 예능과외비로 책정, 컴퓨터·태권도·미술·피아노·서예·테니스 등 원생의 절반 이상이 학원에 다니도록 하고 있다.

이 시설은 아동들의 학원수강 요구가 늘어나자 후원모금에 나서 월 100만원가량을 더 마련하고 있지만 학원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시설 문정자(55·여)생활지도사는 "태권도학원에 다니려면 학원비 외에 도복값만 5만원"이라며 "아이들을 다 보내주고 싶지만 후원이 갈수록 줄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한국SOS어린이마을(대구시 동구 검사동)의 경우, 전체원생 110명 중 절반가량을 학원에 보내고 있지만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1인당 1곳 이상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것.

이 시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주머니를 직접 털어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내 시설아동 1천여명에게는 식비외에 연료비·피복비 등 기본경비만 지원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가의 시설아동 지원정책이 먹고 입히는데 급급하다보니 예산지원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담당공무원들도 사정을 파악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복지재정 확대가 없는 이상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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