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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칸과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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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바람은 부드러웠다.본 대회장 팔레(palais)로 들어가는 붉은 카펫을 밟고 있는 내마음도 가벼웠다.해마다 5월 중순 푸른 지중해 연안 남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칸 국제 영화제는 1946년 시작돼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전세계 영화인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칸 영화제는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이 열리고 공식 부문도 다시 경쟁, 비경쟁, 그리고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최고의 영예인 황금 종려상의 시상과 함께 그 화려한 막을 내린다.

그 화려한 꿈의 무대인 칸에 작년 5월, 나는 우리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제작 태흥영화사)과 함께 참가했다. 물론 칸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얘기를 전통 문화인 판소리와 함께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우리 영화에 대한 뜨거운 그네들의 관심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 상승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 큰 수확이었다. 이렇듯 인구 7만명 정도의 작은 휴양도시 칸은 매년 5월이면 붉은 카펫 위의 포토라인에 서보기를 꿈꾸는 영화인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무대가 되는 동시에 영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들의 흥분된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인간에게 무한의 상상력과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영화라는 쟝르를 통해 칸은 자유와 축제와 낭만이 넘치는 전세계인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도시 대구에서 영화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우리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붐에 편승한 유사 금융업주의 제작 사기극이었는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제의 영화가 우리 도시의 주력 업종인 섬유 산업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한국 영화 중흥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타고 지역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던 지역민들과 행정당국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영화는 예술인 동시에 산업이다. 그러나 문화나 예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없이 경제적인 논리로만 평가될 때 우리의 꿈은 사라지고 실패의 쓰라림만 안을 뿐이다. 하루 아침에 대구가 칸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편안하게 마주 앉아 영화를 즐기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민들만의 축제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문화 도시 대구의 이름이 전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될 것이다. 이중호 씨네 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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