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자연과 분리되는 삶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이제 뭉게구름이 예전만큼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대기 오염에 대한 걱정보다도 어릴 때의 추억을 잃는 것 같아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올 여름 대구에서 몇 번인가새하얀 뭉게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치솟은 눈부시게 흰 구름 덩어리를 한참동안 올려다보았다. 올해 여름 장마 때에는 시내에서 쌍무지개가 뜬 적도 있었다. 일곱 살 짜리 조카딸이 이 경이로운 현상을 본 일이 있을까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그도 무지개를 알고 있었고 그날 오후의 진기한 광경을 봤다고 했다.

그런데 길게 뻗친 호를 다 본 것은 아니고 고층 아파트의 두 동 사이로 나타난 부분만 봤는데 색깔이 일곱 가지가 아니라 다섯 색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보기 좋더라는 말을 들으면서 각자 경험한 기상현상을 두고 함께 아름답다는 공통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요즘처럼 주방이든 화장실이든 수도꼭지만 틀면 실내에서 바로 물을 쓸 수 있는 생활은 마당이나 골목밖에 수도가 있을 때의 환경과는 또 다르게 아이들로부터 자연을 더욱 멀리 떼어놓는다. 너무 쉽게 너무 가까이 와 있으므로 해서 이 물이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물에 대한 지식은 분리되어 빗물과 계류, 어두운 땅속을 흐르는 물이 서로 연관이 없다. 만약 나뭇잎과 바위를 때리며 내린 빗방울이 모여 계곡과 강을 지나 정수장에 이르고 지하에 매설된 도수관로를 통해 싱크대까지 온 물이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요즘 식탁에 오른 조리된 계란을 보면서 괴로운 사실 한가지를 늘 떠올린다. 계란 역시 너무 값싸게 너무 흔하게 우리 가까이 와 있는 것 중에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 낳는 닭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야만적인 환경에서 사육되어야 하는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사료에 섞어주는 진정제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못 견뎌 치솟아 올랐다가 곤두박질쳐 죽는 닭이 있다는 말을 듣게된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자연에 대한 기억이 엷어질수록 감성은 둔해지고 사고와 행동은 극단적으로 되기 쉽다.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도 삶이 더욱 황폐해질 수 있다는 말이 공연히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미술평론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 지역은 심각한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를 겪고 있으나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대구의 소음 피해 인원은 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의사 개원의의 평균 사업소득이 4억원을 넘어섰지만, 피부·미용 분야와 대형 비급여 진료기관의 고소득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
고 최불암의 빈소에는 생전 아동복지에 힘쓴 그의 나눔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찾아와 추모했으며, 특히 초록우산과의 인연이 깊었던 고인은 아동복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 참여자가 5천600만 명을 넘어서며 민주당 승리가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는 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