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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명성황후 시해 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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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경장으로 일본의 입김이 거세지자 고종과 명성황후는 러시아를 끌여들여 일본을 견제하기에 이르렀다. 불안을 느낀 일본은 미우라 공사와 무뢰배들로 하여금 명성황후를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곳곳에서 의병이 봉기했고, 고종은 일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다. 이 사건은 국가의 체면에 큰 손상을 입혔으나그로부터 러.일전쟁 때까지 '대한제국' 탄생 등 자주성을 높였다는 시각도 없지 않은 가운데 그 진상은 여전히 미궁이었다.

▲최근 고종이 명성황후 시해 당일 사건의 징조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들의 이름 등이 명시된 문서가 러시아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됐다.박종효 전 모스크바대 교수가 찾아낸 이 문건은 1895년 10월 8일 사건 발생 당시 주한 러시아 대리공사였던 웨베르가 그 경위를 보고한 것으로 고종의 성명서, 궁내에 있었던사람들의 보고서, 현장을 목격한 상궁과 러시아 건축기사 증언록 등도 첨부돼 있다.

▲난수표 형식 숫자암호로 작성된 이 문서 발견으로 지금까지 추측만 난무했던 시해 용의자의 구체적인 이름이 나타나는 등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증거들이 드러났다. 고종의 성명서엔 '조선 군부 고문 오카모토겱봐疽컖와타나베가 황후의 처소로 침입해 황후를 붙들었다'는 구술이 보이며, 당시 궁정경비대 부령 이학균의 보고서엔 고종이 이 사태를 미리 감지하고 황후를 대피시켰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건축기사로 일본 세력의 견제를 위해 고용됐던 세르진 사바틴의 증언록도 일본인들의 잔혹한 범행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증언은 도망가는황후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가슴을 세 번 짓밟고 칼로 가슴을 난자했으며, 몇 분 후 시신을 솔숲으로 끌고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또 이 문서에는 웨베르 대리공사가 일본인들의 궁내 침투 경로를 상세하게 그린 지도까지 곁들여져 있다.

▲근년 들어서는 민간에 구전돼온 명성황후의 상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문학작품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문열씨는 희곡 '여우 사냥'에서 '온몸으로 껴안으려한 조국으로부터/오히려 버림받고/홀로 강한 외적과 맞서다/불꽃 속에 사라져간 조선의 잔 다르크'라고 묘사했으며, '독살스러운 곰보'와 같이 부정적이었던 것은 일본의 왜곡 때문이라고 봤다. 아무튼 이번의 문건과 기존의 일본 문건을 대비해 이 비극적인 사건의 진상이 더욱 명료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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