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4년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은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대1로 승리, 2001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즌전적 79승 49패. 이로써 삼성은 85, 86, 87년에 이어 4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기쁨을 누렸다. 또 한국시리즈 진출은 93년 이후 8년만이다.
이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삼성이 20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수 있을 지로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객관적인 전력상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푸 치러야 하는 다른팀들에 비해 준비할 시간도 충분해 우승 후보 0순위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년 「우승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면서도 막상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6번 진출에 모두 고배를 마셨던 아픔이 있는 삼성이 올해도 그 한을 수월하게 풀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은 분위기는 좋지만 돌발 악재도 많다. 가장 큰 변수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확실한 1승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던 용병 투수 갈베스다. 27일 귀국예정인 갈베스는 한국시리즈 개막까지는 3주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한달여간 훈련을 하지 못한 갈베스가 과연 위력적인 피칭을 지속할 수 있을 지는 의문. 또 2차전 선발이 유력한 임창용과 배영수도 최근 볼의 위력이 많이 떨어져 선발진의 무게가 예전만 못하고 마무리 김진웅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비추는 등 마운드의 전체적인 짜임새에 허점이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안방을 지키며 공수를 조율하고 공격에서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진갑용이 손가락을 다쳐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나 우승한 김응룡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 이같은 악재들을 극복하고 삼성팬들의 20년 숙원을 해결 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삼성이 14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김응룡 감독의 지도력이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계약기간 5년, 총 13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삼성에 온 김감독은 우선 팀체질 개선과 팀워크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삼성을 근성있는 팀으로 탈바꿈 시켰다.
특유의 배짱과 카리스마로 스타군단이지만 모래알 집단이라는 오명을 가졌던 삼성 선수들을 장악한 김감독은 이기는데 철저한 야구를 구사하며 시즌 내내 강행군을 펼쳤다.
구단도 김감독에게 「전권 위임」을 통해 힘을 실어주었고 전력누수 요인이 생길때마다 스카우트와 트레이드 등 감독의 요구에 재빠르게 대응,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김감독은 실력과 원칙에 입각한 선수기용으로 선수단의 불만을 잠재웠다.
김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이기는 야구」에 맛을 들인 삼성은 4월부터 레이스를 주도하기 시작하다 8월초 1위에 올라선 후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다.
전력상으로는 8개 구단중 가장 돋보이는 투타의 조화가 리그 1위의 원동력이 됐다. 역할 분담이 확실한 마운드가 최소 실점을 하고 중심 타선 뿐만 아니라 상.하위 타선들도 파괴력과 응집력으로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프로 2년차로 13승을 올린 배영수에다 올 해 선발로 전환한 임창용(14승), 시즌 중에 합류한 갈베스 등 선발진과 중간 김현욱, 마무리 김진웅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지난해 챔피언 현대의 마운드에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이전까지 「대포 군단」으로 불렸던 삼성의 팀 타선은 올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응집력을 앞세워 공격력이 더욱 강화됐다.
팀 타율 2위를 차지한 삼성 방망이는 큰 것 한 방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탈피, 주자가 출루하면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진루타 위주의 철저한 팀 배팅으로 승부를 걸었다. 홈런왕 이승엽마저도 부진할 때면 가차없이 하위타순으로 돌리는 김 감독은 팀운용 방식에 아무리 자존심 센 삼성 타자들도 팀 배팅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적생 마해영, 부상에서 회복된 강동우, 신인 박한이 등 새 얼굴들이 기존의 이승엽, 김한수, 진갑용 등과 어우러지면서 상.하위 구분없는 「다이나마이트 타선」으로 거듭났다.
이춘수기자
『정규리그 1위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 뿐이다. 큰 의미가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만 챔피언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소감을 묻자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김감독이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명장이지만 프로 20년간 「가을축제」에서 한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삼성에 스카우트된 자신의 역할과 삼성팬들의 시리즈 정상등극 에 대한 기대때문에 부담이 앞서는 듯 했다.
하지만 승부에 철저한 선수기용, 임창용 선수의 항명파동 등을 딛고 삼성 이적후 첫 해에 페넌트레이스 1위를 따낸 김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따라준 결과』라며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에 현재의 삼성전력으로는 우승이 힘들다고 했는데 엄살이었나.
▲아시다시피 여러분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다행히 투수 배영수가 13승을 올려주고 신인 박한이, 고참인 마해영 등 의외의 선수들이 잘 해주었다.
-시즌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와 리그 1위를 확신했던 때는.
▲고전했던때는 전반기 후반 무렵이었다. 연패를 거듭하다 현대와 2.5경기차로 벌어졌을때 1위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후반기 초반 8연승하면서 1위를 자신했다.
-「김응룡식야구」라는 독특한 색깔을 내고 「우승제조기」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 똑같은 야구다. 다만 승부에 철저할 따름이다.
-지금부터는 한국시리즈를 준비할때인데.
▲정규리그에서는 역할 분담이 철저했지만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고 총력전이다. 코치들과 의논해서 잘 대비하겠다.
이춘수기자
샴페인도 못 터뜨리고
○…삼성의 정규리그 정상이 확정되자 사직구장의 롯데팬들은 오물을 던지며 1시간여동안 삼성선수단의 퇴장을 방해했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자 삼성 선수들에게 욕설과 함께 물병, 쓰레기통을 던지며 삼성의 우승기념 사진 촬영을 방해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삼성 선수들은 경기후 20여분간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다 급히 기념촬영만 한 채 몸을 숨기다 10시30분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김응룡 감독은 25일 롯데와의 경기 시작전 「오늘은 못 이길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승엽, 바에르가, 마르티네스 등 주전들의 부상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며 『오늘은 이들이 출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연막을 쳤으나 마르티네스는 물론 찬스가 나자 바에르가를 대타로 기용하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삼성 프런트는 『빨리 1위를 확정지어 좋기는 하지만 홈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지난 주말 대구 한화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 삼성은 대신 26일 대구 LG전에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푸짐한 정규리그 우승 경품을 나눠주기로 했다.
프로야구 4위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 한화, 기아가 또 자리바꿈을 했다.
한화는 25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송지만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SK를 2대0으로 제압, 지난 16일 이후 열흘만에 4위에 복귀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게 됐다.
기아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에이스 최상덕이 2대0 완봉승을 거둬 전날 6위에서 5위로 한계단 올라섰다.
한화-SK전은 고졸 2년생 조규수(한화)와 이승호(SK)의 팽팽했던 투수전이 펼쳐지다 송지만의 연타석 홈런포로 승부가 갈렸다.
송지만은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1점홈런을 날린데 이어 9회초에 다시 좌월 솔로홈런을 쏘아 쐐기를 박았다.
잠실에서는 최상덕이 완벽 투구로 기아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기아는 선발 최상덕의 호투속에 3회 김상훈이 우전안타와 김태룡의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든 뒤 이종범의 내야땅볼과 최익성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기아선발 최상덕은 9이닝동안 삼진 5개를 뽑으며 4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요리해 올시즌 3번째 완봉승을 기록했다.
한편 삼성은 롯데전에서 2회초 김승권의 1타점 좌익선상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2회말 무사 1,3루에서 롯데 임재철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1대1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삼성은 6회초 마해영이 우중월 솔로홈런과 마르티네스, 바에르가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에서 김승권의 병살타때 3루주자가 홈을 파고들어 3대1로 승부를 갈랐다.
▨26일 선발투수(대구)
삼성 박동희 - LG 해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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