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르포-남쿠릴열도 꽁치주업 금지

◈올핸 과메기 맛볼 수 있을까올해도 동해안 특산품 꽁치 과메기를 맛볼 수 있을까?

생각도 못했던 남쿠릴열도 원양꽁치 조업 금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과메기 생산업자들은 며칠 후 닥칠 과메기 건조작업을 앞두고 비상에 들어갔다. 원료인 꽁치 값이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보이자 어떻게 채산성을 맞출지 한숨부터 쉬고 있는 것.◇왜 원양 꽁치를 원료로 쓰나? =구룡포 과메기협회 정재득 회장에 따르면, 남쿠릴 열도 꽁치잡이 금지에 과메기 업계가 이렇게 전전긍긍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연안산 꽁치는 불포화 지방산, 즉 기름기가 적어 과메기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반면 남쿠릴 열도에서 잡힌 원양 꽁치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고 영양분이 많아 겨울철 건강식인 과메기 원료로 가장 적합하다고 정 협회장은 말했다.

이 때문에 20여명의 구룡포 과메기 생산자들이 연간 과메기 원료로 사용하는 남쿠릴산 꽁치는 5만 상자(팬, 10~11㎏) 정도. 지난해엔 팬당 평균 1만4천원 정도 했으니, 7억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영덕에서도 작은 꽁치 30여만 팬을 과메기로 만들어 왔다.

구룡포에서는 주로 큰 꽁치를 원료로 해 배를 따 과메기로 만드는 '배지기 방식'을 쓰고, 영덕에서는 자잘한 꽁치들을 손이 덜가는 엮거리 방식으로 가공해 과메기로 만들어 내 왔다.

◇상승하는 꽁치값=남쿠릴 열도 어장이 막힌 뒤 꽁치 값은 이미 오름세를 탔다. 구룡포에서 과메기 원료로 쓰는 큰 것(상자당 70~90마리)은 작년보다 6천원 오른 2만7천∼2만8천원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중간 크기 것은 1만4천∼1만5천원에서 2만원 선으로 오를 전망이고, 영덕에서 많이 쓰는 작은 꽁치(상자당 100~110마리)의 도매상 구입가는 작년 1만1천원선에서 몇천원씩 뛸 것으로 예상돼 있다.

이미 가공업계에선 "원양 어선들이 꽁치를 부두에 마구 쏟아낼 때는 골라가며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돈 주고도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곧바로 한국에 대한 꽁치 수출을 시작, 부산에선 이미 일본산이 상자당 1만9천500~2만원 선에 거래되고, 이런 현실을 받아 들여 일부 과메기 생산업자들도 일본산 구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소비 위축, 종사자 생계난 우려 =이 때문에 과메기 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은 것은 두름(20마리) 당 원료 값만도 4천원이나 돼 작년같이 5천원에 팔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가공사 관계자들은 걱정했다. 결국 5천500∼6천원까지는 올려 받아야 할 것이라는 얘기.

큰 과메기의 소비자 가격 역시 원가절감 노력이 동반된다 해도 가공비용을 감안하면 작년의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룡포 과메기협회 회원들은 남쿠릴열도 조업금지 소식 후 대책회의를 열어 가격 인상에 대체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값이 오를 경우, 생산업자들은 판매 마진 감소로 어려움에 부닥치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값 상승으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손이 많이 가는 과메기 가공 과정의 특성 덕분에 한 생산업체 당 15∼20명에 이르던 종사 인부들도 겨울철 소득에 손해를 보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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