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테러 공포에서 벗어나기

미국의 발표에 의하면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공중과 지상에서의 공격은 모두 '성공리'에 수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미 공군의 아프간 주요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폭격전 후의 모습을 대비시켜 자세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폭격전의 모습에서 아프간은 변변한 목표물 하나 없었다. '성공적'으로 공격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시 묻고 싶다. 미국은 왜 아프간을 공격하는가?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정의의 이름 하에서 테러 집단에 대한 응징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러면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거대 국가인 미국은 몇몇 이슬람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각 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원조 하에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아프간과는 구만리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국에 경계 경보를 내렸다. 이러한 비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은 탄저균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 기관이 비상 경계에 돌입했고 의회가 탄저균 공포로 일시 폐쇄되는 가운데 우편물을 취급한 우체국 직원들이 사망했다. 이어 백악관까지 탄저균 테러에 위협 당하고 있다. 아프간에 대한 전쟁을 미국이 성공리에 수행하는 만큼 비례하여 테러(공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미국을 지키기 위해 정의의 이름으로 테러 집단을 '성공리'에 응징하고 있는데 왜 미국은 생화학에 의한 테러의 공포로 떨고 있는가? 미국 정부와 미국민들은 테러범들이 왜 자신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였는지. 그리고 왜 무역센터를 공격한 테러리스트의 숫자 보다 훨씬 많은 이슬람 청년들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면 테러리즘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오사마 빈 라덴이 왜 막대한 재산을 미국에 대한 '응징'을 위하여 제공하였으며, 왜 험준한 산악에서 전전하며 척박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진솔한 답을 찾지 않는다면 미국이 발표한 이 전쟁의 목적은 결코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민들은 아프간의 공중에서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 첨단 무기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간 비행기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와 세계 경찰의 본부라고 자처하는 페타곤을 공격할 때 왜 막아내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목적하는 테러(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미국은 걸프만 전쟁 때 이슬람권이 분열한 가운데 먼저 공중 폭격을 통해 공중을 장악한 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략을 채택하여 성공하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바탕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걸프만 전쟁에 개입하여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였고 이슬람교도의 메카가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미군을 주둔시키게 되었다. 그러나, 주적이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이슬람교도의 반미 감정은 더 높아졌고, 그 결과로 9.11테러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아프간 전쟁이 이라크와의 전쟁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미국은 수년동안 노려온 카스피해 연안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게되고 중앙아시아에 그 영향력을 증대시키며, 한편에서는 무기 산업의 활성화로 경제적인 호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걸프만 전쟁 때와 비슷하게 오사마 빈 라덴이 건재하거나 더 많은 제2, 제3의 라덴을 탄생시키면서 어쩌면 영원히 안정과 평화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미국민의 90%는 애써 이번 전쟁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고 나머지 10%는 침묵의 나선을 그리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소수가 그 목소리를 낼 때 미국은 테러(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찾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