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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산맥을 가다-(2)카프카스-(4)세계 최고령 장수촌

(4)세계 최고령 장수촌

카프카스산맥에 둘러싸인 지역은 히말라야산맥 파키스탄의 훈자, 안데스산맥 에콰 도르에 있는 빌카밤바와 함께 세계 3대 장수지역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들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60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최소 3배에서 최고 30배까지 많고 이 른바 '백년세'로 불리는 100세이상 고령자수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

대원들은 탐사 도중 틈나는 대로 카프카스 주민들의 생활습관을 눈여겨보았는데 무엇보다 만년설 덮인 산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차가운 물과 깨끗한 공기가 장수의 비결인 듯 했다. 카프카스는 특히 주변에 산재한 수많은 온천과 곳곳에 넘치는 미네랄워터로 유명하다. 유황과 라돈, 철분 등 광물질의 함유도가 높은 10여종류 의 미네랄워터들이 주민들을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탐사대가 산맥으로 들어서기 위해 내렸던 카바르디노-발카리아(Kabardino-Balkaria) 자치공 화국의 공항도시는 이름 자체가 '미네랄 보디(Mineralnye Vody)'이다. 주민들은 허리에 컵을 하나씩 차고 다니며 수시로 미네랄워터를 마신다.

카프카스산맥과 계곡 주변에는 생명의 원천이 되는 수많은 폭포가 있다. 대원들은 케이블카와 체어 리프트가 없던 시절 엘브루즈 등산로였던 천문대길 해발 3,000m 에 위치한 데비치 코시(Devichi Kosi)라는 폭포에 올라가 보았다. 길이 50m에 달 하는 이 폭포는 테르스콜에서 2시간거리에 있었는데 우산살처럼 넓게 펼쳐진 흐름 과 깨끗한 물살이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절로 벗겨주는 듯 했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손에 감기는 감촉이 그만이다.

카프카스의 전통경제는 농업과 목축, 가내수공업에 기초한다. 주요 곡물은 기장과 보리, 밀, 옥수수. 밭에서 일하던 테르스콜의 농부 미하일 세르게비치(74)는 깨 끗한 자연환경 외에 '적당한 운동과 요구르트'를 건강의 비결로 꼽았다. 주민들이 집에서 만들어먹는 '아이런'이라는 요구르트는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카프카스에는 물치료와 진흙치료로 이름난 휴양소가 많다.

탐사대는 그중 한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테르스콜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 삐 아디고르스크. 그 곳에서 안내를 자청한 스타브로폴주 태권도협회장 김 블라딕 슬 라브(51)씨와 박천수 사범(46)을 만났다. 이 도시를 포함 주변의 에쎈뜨키와 키슬 로보스크, 레르만또프, 가레치보스크 등 5개 도시는 모두 휴양지라고 했다. 에쎈 뜨키에는 콩팥 전문, 키슬로보스크에는 심장과 위를 치료하는 병원이 있는 등 도 시마다 특색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 휴양소에는 일을 한 대가로 국가에서 1년에 한 번정도 갈 수 있는 티켓을 받아 온 러시아 사람들은 물론 유럽인들로 붐볐다. 대원들은 에쎈뜨키의 빅토리아휴양소를 방문해 미네랄워터 돔에서 갖가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여러 종류의 물을 마셔봤는데 소금기와 탄산기가 많았다. 스타브로 폴에서 온 올야(40)라는 여성은 "가족들과 함께 쉬기 위해 왔다"며 "이 곳의 물은 위장병과 담석증 등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카프카스 사람들은 양고기를 긴 쇠꼬챙이에 꾀어 숯불로 구운 전통요리 샤슬릭(sh ashlik)과 함께 그루지야 등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즐겨 마신다. 지구촌 장수마 을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 중의 하나가 포도주인데 그 안에는 카데킨이라는 강력한 항산화제가 있어 성인병을 방지하고 노화를 억제한다고 한다. 주목해야할 점은 장수자들은 술을 먹되 과음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절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양파 또한 즐겨먹는 식품인데 섬유소가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해소에 도움을 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며 노화의 원인이 되는 산화활동을 억제해주는 성 분이 많다고 한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장수 노인으로 알려진 가이 르칸 이리스카노프(134)옹도 카프카스지역 다케스탄공화국에 살고 있는데 평생 담 배를 입에 댄 적이 없고 술은 조금만 마시며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카프카스를 포함한 지구촌 장수지역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 몇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이 1천200kcal 밖에 안될 정도로 단순한 식생활 습관을 갖고 있으며, 문화적으로 동떨어진 산간 벽지에 살고 있고, 대부분 이 노동 등 육체적 활동을 일생동안 매일 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20세를 기 준으로 했을 때 75~80세 노인의 신체기능의 효율은 절반이나 3분의 2 수준으로 떨 어지는게 상례지만 장수촌 고령 노인들은 인간 육체의 최고 전성기인 20세때 못지 않게 왕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3대 장수지역과 같은 위도상에 있고 산악이 많으며 기후조건이 쾌적해 지리적으로는 장수지대에 속한다. 카프카스 사람들은 평소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적당한 운동을 계속하되 소식 위주 단순한 식생활 습관을 길들여야 오래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글.사진=정후식기자 hschu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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