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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추락(6)농업보루 무너지나-불붙은 소비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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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들어 쌀 문제가 불거진 뒤 쌀 팔아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불붙었다. 이 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역시 행정관서. 쌀값 문제 회오리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된 경북도청이 일찌감치 쌀 팔아주기(본지 9월29일자 보도) 운동에 불을 댕겼다. 이미 지난달부터 '쌀 영업'을 선언한 도청은 대구에까지 쌀 시장을 여는 등으로 추석을 전후해 142t(4억원)을 팔았다. 청사가 한 구내에 있는 경북도 교육청(1.3t)과 경북경찰청(55.5t)도 힘을 보탰다.

구미시청은 민방위 기념 등 각종 행사 때 수상자들에게 주던 시계 같은 부상을 올해부터 쌀로 바꿨다. 의성에서는 모든 행사에 쌀로 만든 떡이나 한과·튀밥 등을 내놓으면서 민원실에다 쌀튀밥을 비치해 민원인들의 호응을 높이기로 하고, '쌀 산업을 지키자' '우리 농촌을 지키자'는 등 구호가 적힌 깃발 4천개를 만들어 공무원들의 차량에 부착토록 했다. 불우이웃과 결식아동 돕기도 물론 쌀로 하기로 했다.

상주시청은 주유소나 읍면동 사무소에 쌀 판매 창구를 마련하고 출향인사 400여명에게 편지를 보내 상주 쌀 알리기에 나섰다. 이에 호응해 공검면 화동리 출신인 김명현 부산소방본부장이 5kg들이 쌀 500포를 구입하는 등 출향인사들의 고향 쌀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문경에서도 쌀 선물 운동을 벌여 추석때만 10t을 팔았다.경북 쌀 팔아주기에 대구지역 기관단체들도 동참했다. 대구시청, 대구지방조달청, 경찰서·세무서·병무청·군부대 등의 관계자들이 이미 4천만원 어치(19t)를 샀다.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주도로 지난 8일부터 23일까지 계속된 이 운동에는 13개 기관 및 산하 조직이 호응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과정에서 농협의 활동도 기민했다. '우리쌀 사랑 예금'이란 예금 상품을 개설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

농민들의 점거 대상이 되는 등 누구보다 농민 움직임에 민감해지게 된 경북본부는 지난달에 2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모임'과 함께 아침밥 먹기 가두 캠페인을 벌이는 등 쌀 소비 촉진에 나섰다. 추석때는 150여명의 본부 직원들이 친척·이웃 등에 10포씩 팔아주기, 소년소년 가장들에게 나눠주기 운동도 폈다.

대구본부 임직원들도 450만원의 성금을 모으고 지난달 월급의 1%인 1천만원을 떼 쌀을 사 대구시교육청을 통해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또 학생·시민들에게 쌀튀밥과 주먹밥을 나눠주며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고마운 분들께 쌀 선물하기' '쌀을 이용해 자녀 간식 만들어 주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최문섭 홍보과장은 다음달 9일 쌀음식 경연대회도 열 것이라고 전했다.

쌀 팔기에는 역내 금융기관들도 가세, 대구은행은 사내 통신망을 통해 이미 3천140만원(13.7t) 어치를 팔았고 고객들에게는 쌀을 사은품으로 줄 계획이라고 홍보팀 임규식 대리는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다음달 한달 동안 10만원 이상 사용하는 자사 신용카드 고객들 중 일정한 규정에 든 사람에게 10kg짜리 쌀 1포대씩을 주기로 했다. 한달간 3천명쯤이 이 쌀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 은행 측 예상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들의 이같은 '쌀 더 사주기 운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다 민간기업들까지 참여, 쌀 팔아주기 운동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운동은 쌀 문제에 대한 도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정말 오랜만에 우리 농업의 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풀어가려는 일체감을 다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이 여전히 모든 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기대의 한계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가슴 졸이고 있다. 밀가루 쪽으로 넘어간 시민들의 입맛을 다시 끌어 올 수 있도록 쌀이 '입맛 경쟁력'을 회복하고, 우리 쌀이 세계 어떤 쌀보다 소비자 유인력 높은 품질을 확보하며, 갖가지 뛰어난 가공 식품 개발을 통해 수요를 확대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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