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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는 건축문화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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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건축산책 건축가 김석철 지음과연 우리에게 건축문화가 있는 것인가. 도시를 둘러봐도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뿐, 인간과 자연이 숨쉴만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축주들은 층수를 높게 올리고 건축비용만 따질 뿐, 자연과 인간의 유기성이나 도시환경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건축가들도 공사 따내기만 급급할 뿐, 실험적인 설계와 개성적인 건축을 하려는 의지가 빈약한 것 같다. 그러니 우리나라에 볼거리가 없고, 건축문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게 아닐까.

건축물만큼 오랜 세월동안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고, 생활을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 있겠는가.

'20세기 건축산책'(생각의 나무 펴냄)은 20세기 인류의 문화유산을 만든 대건축가들의 얘기를 통해 우리 건축문화의 현주소를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인 김석철(58.건축가)씨는 12명의 위대한 건축가를 등장시켰고, 그들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투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가득 채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중 고향에서 첫번째로 대접받는 이는 누구일까. 피카소, 미로, 카잘스가 아니라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다. 그는 1883년 첫삽을 뜨기 시작, 현재까지 건축중인 '성가족교회'의 설계자이자 총감독을 맡았으며, 신의 영광과 자연의 신비를 건축으로 승화시킨 천재로 불린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불리는 루이스 바라간(1902~1988)은 미국.유럽출신이 아니라 멕시칸이다. 그는 멕시코의 역사와 자연을 바탕으로 건축과 조경, 건축형태와 자연 공간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진 유기적 세계를 만들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활동했지만 유럽과 미국건축가들에게 존경받는 건축가로 군림했다.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는 김중업(1922~1988)이다. 아무도 현대건축을 알지 못할때 세계적인 작품을 쏟아냈고, 삼일빌딩, 주한 프랑스 대사관, 서강대학교 본관, 부산대학교 본관, UN묘지 대문 등을 설계했다. 그는 "건축이란 집을 통해 그 사람의 자화상을 그려주는 것"이란 말을 즐겨 썼다.

20세기 문명의 도시를 제안한 현대건축의 선구자 '오토 바그너', 현대 디자인의 전형을 만든 역사적 건축가 '찰스 레니 매킨토시', 시.공.인간을 유기적 건축으로 이끈 위대한 휴머니스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20세기 건축의 지도자 '박터 그로피우스' 등의 얘기도 나온다.

건축은 시대정신의 표현임을 주창한 '미스 반 데어 로에', 깊은 이성으로 자연에 대응하는 인간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 '르 코르뷔지에', 자연과 교감하는 건축의 혼을 주창한 '알바 알토', 지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현대 건축계의 대부 '필립 존슨' 등도 세기를 빛낸 건축가였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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