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파와 부작용
교육계의 혼란은 단순히 교사와 학교, 교원단체와 정부 간 갈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파가 학생들에게 미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핵심적인 쟁점들은 그만큼 교육 현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교원 수급 문제만 봐도 정책 실패가 학교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한다. 대구 북구 한 초등학교 경우 30명도 안 되는 교사 가운데 3명이 기간제 교사다. 2명은 교과 전담이지만 1명은 담임을 맡고 있다. 2학기 들어 담임을 맡던 정규 교사가 휴직을 하자 정규 교사를 발령내는 대신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긴 것.
교과 전담 교사는 음악, 미술, 영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부 교과에 유능한 교사를 배치,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방편이지만 대부분이 정년 단축 때 명예퇴직했다 기간제로 U턴 한 40, 50대 교사들이 맡고 있다. 교과 전담이 전문성 보다는 자리 메꾸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기간제 확충으로 인한 정규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큰 문제. 이 학교 한 교사는 "기간제 교사는 자꾸 늘리면서 업무는 정규 교사가 모두 맡도록 하니 업무가 갈수록 많아진다"면서 "2003년에 학급을 잔뜩 늘리고 기간제 교사로 이를 채운다면 일에 눌려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농촌 지역의 경우 기간제 교사로도 교사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힘든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 교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가뜩이나 초등 교사가 부족한 판에 올해 들어 대도시로 옮기기 위해 사표를 내는 교사마저 폭증하는 상황. 이미 수백명의 교사가 내년에 대도시 임용고사에 응시하기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새로 교사를 뽑으려 해도 응시자가 절대 부족한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경우 300명 모집에 158명이 지원해 절반을 겨우 넘겼다. 도 교육청은 올해 400명을 모집하고 응시 연한도 55세로 늘리는 고육책을 내놓았으나 과연 몇 명이나 올 지는 미지수. 도 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 계획으로 대도시 교원 수요가 늘어나는데 누가 농촌으로 오려 하겠느냐"면서 "도시의 교육여건은 나아질 지 몰라도 농촌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교원 수급책으로 내놓은 중·초 교사 임용 방안은 결국 숫자 채우기를 위한 것. 초등 교사들과 교대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임용 지역을 도 단위로, 규모도 3천명 선으로, 연수 기간을 1년 반으로 늘리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래도 교사들과 교대생들은 "초등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 귀기울여야 할 것은 "농촌 지역은 중·초 교사든 누구든 숫자만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교육부의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농촌 학부모들의 탄식이다.
교원 성과급제, 교원 문호 개방 등 교육부의 잇딴 교원 정책도 교원 신분 불안으로 이어져 교육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27일 1만5천여명의 교사들이 연가 집회를 연 것은 "교직에마저 시장 논리를 도입해 교사들을 마음대로 자르고 채용하려는 정부 의도"에 맞선 일종의 생존권 싸움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등급 낮은 교사'에게 자녀를 맡긴다는 건 학부모로서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지금의 혼란을 바라보는 한 학부모의 얘기는 더욱 심각하게 들려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와 교사가 싸우고 징계하고 파업 운운하는 현실을 보면서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느낄지 걱정스럽습니다. 교육 이민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어떨 것이며, 정부와 학교만 믿고 자녀를 키우는 농촌 학부모들의 허탈감은 또 어떻겠습니까".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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