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졌을 때

며칠전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의 생각에 아연실색을 했다. 그분은 "가진 자들이 열심히 살았고, 고생과 수고 끝에 자기 인생을 즐기는게 무엇이 문제인가? 오렌지족도 부모 잘 만난 덕이고, 자식에게 잘해주고픈 부모마음도 이해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곳간에 재물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일부 가진 자들의 취미는 쇼핑이요, 특기는 돈 모으는 것이요, 고액 과외로 자식사랑을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화는 주식이 어쨌니, 골프를 몇타 치니, 새 외제차 모델의 성능이 좋니, 고급 빌라가 어떻니, 어느 지방에 물좋은 땅이 나왔느니로 귀결되고, 그들의 생활은 돈, 돈, 돈 냄새를 풍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 자기 돈으로 마음대로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고 있다. 노력하여 번 돈으로 즐긴다는 것을 누가 뭐라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많은 지구촌 이웃들이 단돈 30원짜리 아스피린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밥을 굶는 이웃들이 있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들을 위해 어려운 이웃들을 한번쯤 생각하고 뒤돌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옛말에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하지 않았던가? 곳간에 천년만년 쌓아 두고 있을 재물 있던가? 덕을 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나 쌓을 수도 없는 것이 덕이다. ARS 전화 한통화에 천원하는 후원금을 내는 많은 서민들의 덕쌓기는 밝은 사회의 바로미터이다.늦은 시간이면 1t 트럭에 우동장사하러 나오던 김씨가 엊저녁에 보이지 않았다. 김씨의 우동 말아주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늘은 덥수룩하고 입담좋은 그와 그의 맛깔스런 우동이 생각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재래시장 골목 어귀에 붙어 있는 '딱 한잔 집'에 가고 싶다. '안주 일체 무료제공', '외상사절'. 이런 문구가 정겹다. 사람사는 맛이 나는 그곳의 풍경을 생각만해도 기분이 상승된다.

구미가족상담센터 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