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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프랑스의 마네와 일본의 마네

일본 나라현에 있는 황실 유물 창고인 정창원(正倉院)은 신라 촌락문서 등 한국고대사에서 참고할만한 유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 정창원 유물을 중심으로 해마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갖가지 축제를 여는데 필자도 올해 이를 보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그곳 나라의 현대미술관에서는 때맞추어 프랑스 인상파의 화가 마네 특별전도 개최하고 있었다. 마네의 작품들을 본고장 프랑스가 아닌 일본에서 본다는 데에 흥미가 발동돼 나는 동대사(東大寺)와 정창원을 찾은 다음 현대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네의 대표적 작품 수가 극히 적고, 나머지는 소품이나 사진으로 상당량을 대치해 놓은 점에서는 우리네 특별전의 경우와 같았다. 그러나 이 특별전은 일본 내에 소장된 마네의 작품들을 다 전시하고 있었고,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마네의 작품 중 일본과 조금이라도 관계 있으면, 모두 사 두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마네가 그린 삽화 하나라도 일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찾아내어 그 사진을 자신들의 책과 비교해서 같이 전시해 놓았다. 그 전시회를 보고 나오면, 마네가 일본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평가할 때 한 측면만 집중 묘사하면 전체적 양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자칫 부분적 현상을 전체로 오해하게 만든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피해야 할 편견이며, 건전한 인간관계를 해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바로 이 점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태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이해 대신 자국중심적 생각이 타국에 적용될 때 원만한 국제관계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프랑스의 마네와 일본의 마네는 서로 달랐다. 프랑스에서 본 마네의 전체 작품에서는 일본의 영향이 거의 무시되었다. 그러나 일본 특별전에서는 일본이 아니면 마네가 없었을 듯이 각색되어 있었다. 마네 일본전을 자국의 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노력과 의도가 나를 긴장시키며 다가왔다. 이러한 사고의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김정숙(영남대 교수.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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