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의 폐막을 앞두고 '뉴 라운드'협상 결과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세계화의 '틀'을 강화·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당장 농업과 수산업에 대한 개방 압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질 것으로 보여 '발등의 불'진화가 다급하게 됐다.
10일 주제별로 논의가 시작된 협상에서 "농산물을 공산품과 같은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미국·호주·뉴질랜드·브라질 등 쌀 수출국들의 입김이 워낙 강해 쌀 시장 추가 개방을 늦추려는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농업시장 개방은 2004년 말까지 협상을 거쳐 2005년부터 본격 시작된다. 현재 989만섬인 쌀 재고가 올해 풍작으로 내년에는 1천370만섬에 이르는 등 국내 시장에서도 공급 과잉을 보여 농민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우리 농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보듯 하다. 정부가 2004년 쌀시장 추가 개방 협상 시한 이전에 쌀농사 구조를 바꾸는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 유럽연합(EU)과 호주·뉴질랜드 등은 수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이 통과되면 약 30만명의 한국 어민들은 연간 3천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 못해 대부분 정부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어촌의 황폐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같은 세계적 개방화의 분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개방화의 속도가 예상 밖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WTO 선언문 초안에도 시장 개방 원칙에 대해 '단계적'이라는 표현이 아닌 '실질적'이라는 표현을 채택할 정도로 선진국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에다 '9·11테러'로 인해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WTO같은 다자간 협상에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점차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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