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에 결핵백신 몰래, 몽땅 주다니

정부당국이 한달전 국내에 있던 결핵백신을 달달긁어 북한에 지원, 국내환자접종에 일시적 공백상태를 빚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충격이다. 더구나 식량지원이다 뭐다하면서 퍼주기자세로 일관, 국민적 불만을 쌓아온 터에 빚어진 이같은 사태는 "국민건강을 사지(死地)로 내몰면서까지 '몽땅주기'식 대북(對北)저자세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내용인즉 보건복지부 등 정부당국이 지난 10월10일 결핵백신의 북한지원을 요청받았고, 당국은 생산시기맞추기가 힘들자 덜컥 국내공급용 백신 30만명분을 주어버렸다는 것이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백신공백사태가 추가생산분의 공급시기를 잘못 판단해 생긴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국보건소의 백신공백사태를 빚어 노숙자·신생아 접종이 사흘간 중단된 책임을 면치못할 것이다.

우리는 실로 관계공무원의 '실수'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건강이 담보된 이같은 정책결정에 한마디 제동을 건 전문공직자가 단한명도 없었단 말인가? 해마다 뇌염이다 홍역이다해서 백신수급 소동을 빚고서도 정신을 못차렸다니 이쯤되면 공직자 복지부동·무사안일의 극치라고나 할까. 그야말로 우리국민들은 무지(無知)한 아이의 돌멩이에 대책없이 노출된 개구리신세 아닌가. 더구나 이같은 대북지원이 국민앞에 제때 공개되지 않고 '쉬쉬'로 일관, 비공식·비공개로 추진돼온 점도 이번 사태의 또다른 주범이다.

현재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백신의 품귀소동만이 문제여서가 아니다. 이 사태가 퍼주기·몽땅주기식 대북협상의 허점을 노출시킨 한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걱정때문이다. 12일에 끝난 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보듯 '이산상봉'의 성사에 매달려 식량지원 등 줄것 다주고 '손해보는 장사'로 돌아와야 했다. 밑지고 주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라도 들으면 자존심이나 덜 상하지, 그야말로 북한은 돈받고 큰소리치고 우리는 '약주고 뺨맞는'꼴이니 국민들의 눈에 대북협상자들이 곱게 비칠리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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