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인 30대 주부 김모씨. 김씨는 겨울만 되면 피곤하고 매사에 재미가 없어진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나 남편 뒷바라지를 못하기가 일쑤다. 그렇다고 밥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욕은 좋아져 살만 찌게 됐다. 잠도 많아졌다.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닐까하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러다 봄만되면 가정살림에 재미도 되살아나고 매사에 의욕이 생긴다
◇ 늦가을 시작 봄엔 회복=가을과 겨울을 슬프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다.
우울증이 생길만한 일이나 스트레스가 없이 해마다 9월에 증상이 시작되어 5개월 가량 지속되다가 4월이 되면 저절로 낫는다. 비교적 젊은 여성들에게 잘 오며, 25~30세 사이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재발 횟수는 3~10회로 다양하지만 갱년기 우울증이나 노인성 우울증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재발빈도가 줄어든다. 우울증은 원래 남성보다 여성이 2배 많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이 3,4배나 많다.
◇ 밤과 낮 거듭 변화=계절성 우울증은 처음엔 일조량이 적어서 오는 우울증으로 여겨졌다. 위도가 높은 지역 즉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 더 잘 발생한다. 일조량이 많은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에게는 우울증이 적으며 성격도 낙천적이고 쾌활하다.계절성 우울증의 발병에는 낮동안의 길이 못지 않게 햇빛을 쪼이는 시간대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늦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해뜨는 시간이 늦어지는데 따른 생체리듬의 변화가 큰 작용을 한다.
생체리듬의 표식인자 가운데 하나인 멜리토닌은 수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어두워지면 분비되고 날이 밝아 안구로 빛이 들어가면 분비되지 않는 호르몬이다. 겨울철에 해가 늦게 뜨면서 멜리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생체리듬 가운데 밤과 낮의 리듬으로 이뤄지는 하루 24시간의 주기성인 '일주기'가 낮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낮에도 잠을 많이 자게 되고 생체리듬의 부조화로 쉽게 피곤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 광선.약물치료 효과=증상이 가벼우면 봄이 되면 저절로 회복돼 무시하거나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확인되면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 이듬해 나타나는 우울증은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치료는 약물과 빛을 이용한다. 빛 치료는 2천500룩스 이상의 인공 광선을 사용해 일주기리듬을 제자리로 돌리는 방법이다. 1, 2시간 빛상자 앞에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계절성 우울증은 겨울이 올 때마다 광선치료를 하면 90%이상 효과가 있다.
정상인도 겨울이 오면 활력이 떨어지고 많이 먹고 체중이 늘며, 잠을 많이 자는 경향이 있다. 이들에게는 광선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통상적인 조명 밝기인 300룩스 이하의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다. 최소한 아침해가 떴을 무렵의 밝기가 되어야 효과가 있다.
경미한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겨울아침 일찍 일어나 밝은 아침 햇살 아래 산책을 한두시간 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하면 꼭 항우울제를 사용해야 한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 박영우과장(대구파티마병원 신경정신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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