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누수(漏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동안 '눈먼 돈'으로 여겨지면서 상당 부분 부실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설마설마했던 국민은 막상 드러난 엄청난 비리(非理)와 부실(不實) 앞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공적자금 운용기관과 자금 지원을 받은 98개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지적된 200여건의 비리를 보면 공적자금이 과연 공공 자금인지 '쌈짓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부실기업들의 전직 대주주 임원 등이 총 5조원이 넘는 재산을 빼돌렸으며 이중 약 5천억원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고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자산관리공사 직원들조차 24억원을 횡령하기도 해 도대체 국민의 혈세로 악동(惡童)들이 어디까지 '잔치'를 벌였는지 분간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무려 159조원이나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율이 갈수록 떨어져 24.7%(9월말)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기업 회생에 쓰여야 할 공적자금이 이제는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주범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갚아야 할 공적자금 이자만 해도 42조원이 넘는다. 2006년까지 공적자금을 모두 갚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일고(一考)의 가치조차 없으며 내년 만기분도 소화하지 못해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이 어렵게 됐다.
그동안 당국은 무엇을 했으며 또 이런 비리가 왜 이리 늦게 밝혀졌는지 등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 회수가 우선이다. 이들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전한 도덕성'은 무너질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올 초에 중단됐던 공적자금 청문회를 서두르고 국정조사를 통해서 밑바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공적자금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국기(國基)확립 차원에서 엄단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