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붕괴가 임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의 대미항전에 합류했던 아랍국가 출신 이슬람교도 자원병들의 처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25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 인근의 포로수용소에서 600명 가량이 희생당한 인명살상 사건은 미국이 폭동진압을 명분으로 외국인 자원병을 고의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자행한 '계획된 학살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자원병의 출신 아랍국가들은 자원병들이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히면 본국으로 송환,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의 관련 여부를 조사해 응분의 벌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쿤두즈에 포위됐다가 24일 북부동맹군에 투항한 탈레반 병사 2천명중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아랍 국가 출신 600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자국 출신 아프간 자원병들을 인도받아 알 카에다 대원으로 확인될 경우 일정기간 감옥에 수용하고 아프간에서 죄를 짓지 않은 자원병들은 교정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방장관은 "아랍인을 비롯한 무슬림 전사들이 투항하면 본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현재 유엔의 관할사항이며 인권을 고려해 이 문제가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측은 또 북부동맹에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자국 출신병사들의 본국 송환을 위해 파키스탄 및 관련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드 빈 자셈 알 타니 카타르 외무장관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간내 외국인들의 신병처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제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으로부터 아랍 전사들을 몰사시키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쿠웨이트의 시사평론가 아흐마드 알 라베이는 사우디 일간 아쉬라크지 기고를 통해 아랍국가들이 아프간내 외국인 자원병들의 신병처리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햇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도 "알 카에다 전사들은 주로 20대의 어린 나이에 충원된 병사들이며 이들을 처벌하기보다는 개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계 신문 알 하야트사 소속 언론인 살라는 아프간내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아랍인 수는 수십명에 불과하지만 반소(反蘇) 지하드가 끝난 1989년 이후 아프간 여성들과 결혼해 아프간 사회의 일부가 된 아랍인 수는 수백명이며 이들은 북부동맹군의 보복학살을 우려해 자위권 행사에 나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아프간 아랍 용병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이들 외국인 자원병들중 상당수가 알 카에다 조직원인데다 이들이 석방될 경우 향후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때문에 25일 발생한 포로 수용소 폭동도 미 중앙정부국(CIA)이 개입했거나 적어도 사태확산을 방조해 포로를 사살할 명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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