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가 밝았다. 국운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제 16대 대통령선거가 연말에 있고 상반기에는 4년간 전국의 지방을 이끌고 갈 인물들을 뽑는 4대 지방동시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해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때문에 벌써부터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과 예상출마자들의 마음과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매일신문은 강원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부산일보, 제주일보 등 전국의 지방 유력일간지 모임인 춘추회(春秋會)회원사들과 공동으로 전국의 민심동향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 강원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여권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민선시대 출범이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중앙 상황에 따라 부침을 달리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95년과 98년 실시한 두차례의 지방선거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95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자당이 도내 18개 시.군중 절반인 9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다. 무소속 7곳, 민주당과 자민련은 각각 1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도지사는 당시 자민련 부총재인 최각규 전 부총리가 민자당 이상룡 전 지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98년 선거에서는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이 더욱 약진했다. 18개 시.군중 13개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군수에 당선됐으며 도지사도 한나라당 후보인 김진선 전 행정부지사가 당선됐다. 강원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됐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는 대선 직후 곧바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당초 1명을 당선시킨 국민회의는 8명의 시장·군수가 입당해 9명이 됐고 제1당이 됐다.
그러나 선거의 해가 밝으면서 내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식이 확산되면서 지방 정치권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이중 도지사 선거는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따라 각 당은 도지사 후보 공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의 승부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 선거구도는 비교적 단순하다. 한나라당은 당소속 김진선 지사의 재선고지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회창 총재의 측근인 함종한 전 의원 후보설 정도가 변수로 지적된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2여 공조가 파기되면서 각각 후보를 공천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이 없어 인물난을 겪고 있다.
민주당 일각과 청와대에서 '제3의 인물론'을 제기하며 후보의 조기 가시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민련은 민주당과의 공조 때부터 강원도를 자민련 몫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강원일보.문익기기자
▨ 광주, 전남.북
지난해 11월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로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선거판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특정정당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던 선거공식이 깨질 것으로 점쳐지며, 전통적인 '몰표' 분위기 또한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김 대통령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호남 역차별론'과 추곡가.어업협상 등 각종 농어민 정책에 대한 불만, 전남도청 이전 논란 등에 따른 여권에 대한 불신 심화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13대 총선 이후 줄기차게 괴력을 보여왔던 'DJ표 결집력'은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석에 따른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는 우선 시.도지사 등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움직임에서 감지된다.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는 여권 후보들도 지구당위원장이나 중앙당의 공천을 희망하면서도, 출판기념회.후원회.연구소 개설 등을 통한 대민접촉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광주.전남지부도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양대선거에 대비해 조직을 크게 보강했다. 더욱이 '시.도민 경선제'를 도입해 당원 외에 일반 유권자들도 선거인단에 참여토록해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기로 하는 등 대책이 한창이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인물 기근에 시달리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 전원 공천 목표 아래 인물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대선 승리'를 위한 교두보 마련 차원에서도 광주시장과 전남.북 지사 선거에서 지더라도 승부를 벌이겠다는 태세다.
무소속의 약진도 점쳐진다.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 선거까지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인사들이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김심(金心)이 지방선거에까지 작용할 여지가 그만큼 적어졌기 때문이다.
여당 출신 현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경우 당 공천에 탈락하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인사들도 많다. 여기에 '여당을 떠나려다 야당에도 못가는 민심'을 붙잡기 위한 틈새전략도 등장할 전망이다.
광주일보.김주정기자
▨ 대전, 충남.북
지난 대선 당시 충청권에서 김대중 후보는 108만6천표, 이회창 후보는 67만7천표, 이인제 후보는 65만8천표를 얻었다. 전국적으론 김 후보가 이 후보를 39만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충청권에서의 표차이가 당락을 갈랐고 그 근저엔 DJP 공조를 통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조력이 있었다.
충청권 표의 향배가 이렇듯 중요하다보니 각 당이 들이는 공은 자못 각별하다. 특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민주당 고문, JP가 모두 충청권에 연고를 주장하며 표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김용환.강창희 의원 입당 이후 충청권에서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13총선때 충청권에서 4석에 불과했던 양상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의원과 동반 입당한 지역인사들도 적지 않고 한나라당이나 이 총재에 대한 호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충청권 24석 가운데 8석을 확보했다. 자민련의 아성을 뒤흔든 것이었다. 이인제 고문의 영향력이었음은 물론이다.
자민련은 김.강 의원의 이탈 이후 동요의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텃밭 사수를 위한 결속력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영.호남의 지역구도가 계속되는 한 충청권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어야한다는 역(逆)지역감정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오는 15일이 JP대망론 구체화와 양대선거 전략의 시발점이다.
그러나 아직 충청민심을 파악하기란 쉽지않다. 워낙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충청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자민련에 줄을 대려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정국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아직은 정계개편의 불씨가 남아 있고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확정되지 않아 한동안 충청민심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전일보.김시헌기자▨ 부산.울산, 경남
이 곳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은 수성(守城)에, 집권당인 민주당은 교두보 확보에 선거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감안, 중앙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수준이다.
정치권의 움직임과는 달리 아직 유권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선거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 각 정당이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밑바닥 민심은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취해진 각종 개혁조치들에 대한 피로감과 인사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집권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반DJ정서'가 시.도민들 사이에 상당수준 확산돼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월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정당지지도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14.8%에 그쳤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는 56.2%에 달했다.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의 각 대선주자를 1대1로 대입, 가상대결을 벌일 경우 이 총재는 60%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민주당 예비후보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장 호감가는 야권의 대통령 후보를 물었을 때 이 총재는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지지율은 32.3%에 그쳤다.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16.7%), 정몽준 의원(15.7%), 김혁규 경남지사(10.9%) 등 영남권에 연고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상당한 지지율을 보였다. 지역민들이 꼭 이 총재를 유일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영남출신 후보가 출마했을 경우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52.4%가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대목으로 앞으로 영남후보 출마 여부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부산일보.김명곤기자 ▨ 제주
제주지역은 유권자수가 타시도보다 적지만 지역색이 사실상 없는데다 그동안 거의 모든 선거 때마다 '제주민심=전국민심' 현상으로 바람몰이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전략지로 삼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2파전 양상을 보인 제주지역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지방선거와 16대 대선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벌써부터 당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제주지역 민심은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지방선거는 물론 16대 대선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직 여야 모두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양대선거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아직 선거열기는 뜨겁지 않다.
때문에 대선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지방선거 결과를 점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현재 지방선거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서귀포시를 제외하고는 제주도지사와 제주시, 북.남제주군의 경우 모두 민주당 한나라당 2파전 양상이 예상된다.
도지사선거에는 민주당의 우근민 현 지사와 한나라당 공천이 유력한 신구범 전 지사가 사실상 출마를 굳혀 또 한 번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우 지사와 신 전 지사는 이전 두 차례의 지사선거에서 맞붙어 1대1 무승부를 기록 중이다.
또 제주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의 김태환 현 시장이 출마를 굳힌 가운데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따라 2.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다. 북제주군수 선거는 한나라당 신철주 현 군수 만이 출마를 굳힌 가운데 김영보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박찬식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등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제주군수 선거는 민주당 소속 강기권 현 군수에게 확실한 도전자가 없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제주일보.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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