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비껴가는 공사장에콘크리트처럼 박제된 시간이 있다
골재를 실어 낸 깊은 웅덩이에
둥근 달이 빠져 있다
가만 들여다보니
달은
잔잔한 물 아래
배고픈 아이처럼 엎드려 있다
바람도 없는 이른 밤
누가 켰을까
공사장 너머
하늘에 매달린 수은등 하나
-정태일 '달과 수은등'
점경이 뚜렷한 시이다. 한국 시사(詩史)에서 30년대 시인 이상(李箱)이 건축기사였다. 최근에는 함성호같은 이가 건축기사 시인이다. 이 시를 쓴 정태일 시인은 지역의 중견 건설업자이다. 우리시사에서 희귀한 직업을 가진 시인에 속한다.
물론 시를 쓰는 데 직업은 별 의미가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를 자신의 구체적 체험에서 출발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둘째 연의 웅덩이에 빠진 달이 왜 하필이면 배고픈 아이가 엎드린것 처럼 보였을까?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이것도 시인의 무의식에 찍힌 상흔인 것이다.
김용락〈시인〉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GPU 26만장이 李정부 성과? 성과위조·도둑질"
'세계 최고 IQ 276' 김영훈 "한국 정부는 친북…미국 망명 신청"
추미애 "국감 때 안구 실핏줄 터져 안과행, 고성·고함에 귀까지 먹먹해져 이비인후과행"
친여 유튜브 출연한 법제처장 "李대통령, 대장동 일당 만난 적도 없어"
장동혁 "오늘 '李재판' 시작해야…사법부 영혼 팔아넘기게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