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노을이 비껴가는 공사장에콘크리트처럼 박제된 시간이 있다

골재를 실어 낸 깊은 웅덩이에

둥근 달이 빠져 있다

가만 들여다보니

달은

잔잔한 물 아래

배고픈 아이처럼 엎드려 있다

바람도 없는 이른 밤

누가 켰을까

공사장 너머

하늘에 매달린 수은등 하나

-정태일 '달과 수은등'

점경이 뚜렷한 시이다. 한국 시사(詩史)에서 30년대 시인 이상(李箱)이 건축기사였다. 최근에는 함성호같은 이가 건축기사 시인이다. 이 시를 쓴 정태일 시인은 지역의 중견 건설업자이다. 우리시사에서 희귀한 직업을 가진 시인에 속한다.

물론 시를 쓰는 데 직업은 별 의미가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를 자신의 구체적 체험에서 출발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둘째 연의 웅덩이에 빠진 달이 왜 하필이면 배고픈 아이가 엎드린것 처럼 보였을까?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이것도 시인의 무의식에 찍힌 상흔인 것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