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마야 놀자'의 제목을 패러디한 소위 에로비디오 '달마야 하자'가 불교계의 항의를 받아 개명하는 소동이 최근 빚어졌다.
외딴 산장에서 주인과 투숙객들간에 벌어지는 성관계를 담은 코믹에로물인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엽기산장'이었다고. 그러나 '달마야 놀자'가 빅히트한 것에 착안해 제목을 바꿔 신청했다가 불교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비디오업계에서는 줄거리와 전혀 관계없이 흥행을 노려 히트영화를 패러디한 제목을 많이 쓴다.최근엔 히트영화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와 '조폭마누라'를 패러디한 제목들이 대목을 탔다. '색사부일체', '부사모일체(夫師母一體)'를 비롯해 '조폭의 달밤', '조폭 아가씨', '조폭 누님' 따위로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나쁜 남자'를 개명한 '나쁜 여자', '나쁜 처녀'도 나오고 있고, '번지 섹스', '번지점프 중에 하다', '자취방 습격사건' 등의 패러디 제목은 차라리 안타깝다.
이 얘기를 길게하자는 건 아니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에로물 소사(小史)를 한번 일별해 보자는 것이다.82년 말 안소영을 등장시킨 '애마부인'을 도화선으로 '산딸기', '반노', '빨간 앵두' 등으로 상영관에서 기세를 올리던 애로물은 85년 이들 제목의 2탄, 3탄에다 '훔친 사과가 맛이 있다', '피조개 뭍에 오르다' 등의 야한 제목으로 분투하지만 1차 불황에 직면한다. 다만 정권에 대한 비난 발언을 간헐적, 우회적으로 암시해 화제를 모았던 '어우동'만이 서울 관중 39만2천명을 동원하는 기염.
이를 기화로 86년엔 '뽕', '변강쇠' 등 사극 에로물이 강세로 돌아서더니, 88년 '매춘'과 '파리 애마'가 에로물의 양대축을 형성, 기세를 돋운다.하지만 88년 '위험한 정사'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에로물이 상륙하고 92년에 이르러선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 등으로 국내 에로는 앞마당을 내주고 고작해야 '탄드라 부인', '캉캉 69', '데카당스 37.2도' 등 외국팀을 본떠 이름짓는 고육책 속에 2차 불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결혼필수품으로 VTR이 각광받으며 이제 에로물은 마이너 리그인 비디오 시장에서 숨통을 찾아 '야시장', '어쭈구리' 등이 부상하다 94년 진도희라는 희대의 걸출한 스타가 출전, '젖소부인 바람났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하지만 거품은 금세 빠졌다. 96년부터 지금까지 줄어드는 비디오 숍, 디지털 캠코더 보급에 따른 에로물 난립상 등으로 제작업체나 내용 모두가 빈약하기 이를데 없는 실정에 다다르고 있다.이런 소사를 보노라면 히트한 영화를 패러디한 조잡한 에로물이 왜 활개를 치는지 답답하지만 이해될 법도 하겠거니.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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