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언어테러 난무하는 국회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세풍'사건의 주역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체포될 때부터 이번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는지 의심스럽더니 기어이 대(對)정부 질문을 시작한 첫날부터 여야가 막가파식의 막말로 맞받아치고 몸싸움을 벌이다 끝내 한나라당 의원이 집단 퇴장하는 난장판을 벌였다.

여야의원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가족과 관련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을 경쟁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다시한번 저질 국회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의 발언은 특히 우리를 경악케 한다. 아무리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있다지만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동맹국의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 하고 야당총재를 '악의 뿌리'라 한 것은 송 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이 한미동맹관계를 거듭 강조하는 이 판에 여당의원이 그 동맹국원수를 두고 악의 화신 운운한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경우에 따라 중대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근거가 전제돼야 한다는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송 의원이 '이 총재의 아버지가 남로당 프락치라느니 아들 정연씨가 재벌 2세에게 수백억원을 받았다느니' 등 믿거나 말거나 식의 발언으로 대정부질의 첫날 국회를 파국으로 몰아간 것은 그 진의가 무엇이든 유감스럽다.

우리는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DJ아들들을 겨냥, '이에는 이'식의 폭로전을 벌이고 일부의원들이 송석찬 의원을 단상에서 밀쳐내는 몸싸움을 벌이다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퇴장, 국회를 공전시킨 처사 또한 잘못됐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국난기에 처해 있다. 이런 터수에 '세풍 정국'을 빌미로 또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것이 여(與)든 야(野)든간에 국민들이 용납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는 집권에만 혈안이 돼 이전투구를 일삼은 여야에 염증을 느낀지 오래다. 즉각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를 정상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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