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초등학교 교장 A씨는 지난해 졸업앨범과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다수의 젊은 교사들이 학교 졸업앨범에서 개인 사진을 빼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추억, 학교의 역사 등을 고려해 웬만하면 넣기를 바랐지만 교사들이 동의하지 않아 결국 단체 사진만 넣기로 결정했다.
학창 시절 추억의 상징인 학교 졸업앨범에서 교사들 얼굴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범죄 악용,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2024년 전국 교사 3천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93%는 "졸업앨범에 실린 본인 사진이 '딥페이크(Deepfake·불법 합성물) 성범죄'에 도용되거나 초상권 침해를 당할까 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졸업앨범 사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찍을 때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는 교사도 84%나 됐다.
교사들이 개인 사진을 공개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는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이 활발해진 수년 전부터 생겨났다. 이에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되며 사진 공개에 거부감을 갖는 교사들이 늘어났다.
지역 고교교사 B씨는 "3학년 담임도 아닌데 개인 사진이 졸업앨범에 실리는 건 부담스럽다"며 "내 사진이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 몰라 주변 교사들도 다들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5년 차 초등교사 C씨도 "단톡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부모들이 졸업앨범의 교사 사진을 돌려보며 '얼평(얼굴 품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이후로는 앨범에서 내 얼굴을 무조건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은사와 제자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졸업앨범이 사라지는 세태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김현주(47) 씨는 "올해 초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졸업앨범에 선생님들 얼굴이 많이 비어 있더라"며 "개인정보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생님도 아이 추억의 일부인데 조금 아쉽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사고 책임이나 민원을 피하기 위해 소풍, 수학여행, 운동장 체육 활동 등이 각종 교육 활동이 위축되어 아이들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 활동과 현장 체험도 중요한 수업의 일부 아닌가. 안전사고 위험이나 관리 책임을 피하려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한 만큼 교사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범죄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여러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AI 기술 활용으로 범죄가 고도화됐기 때문에 기존의 문화를 고집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의 유대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승현 대구교육대 교수도 "교사들의 사진이 범죄에 악용된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자발적 의사에 맡기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며 "다만 여러 이슈들로 인해 우리의 좋은 문화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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