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적 학자중 한 사람인 자크 르벨(60)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총장이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 21일과 22일 영남대와 청도 운문사, 경주국립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그가 지난 95년부터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고등사회과학원(EHESS)은 프랑스의 대표적 역사학파인 아날학파의 흐름을 계승한 최고의 연구.교육기관으로 250여명의 교수와 석.박사과정 2300여명이 강의와 연구에 종사하는 대학원 중심의 학교다.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레비 스토로스, 롤랑 바르트 등 프랑스 최고의 석학들이 강단을 지켜왔고, 르벨총장도 아날학파 기관지인 '아날'지 편집장 겸 공동발행인을 역임(1975-1981)하는 등 아날학파 4세대 대표적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21일 영남대를 방문한 그는 지난 95년부터 고등사회과학원 한국학연구센터와 학술교류를 해오고 있는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를 찾아 관계 학자들과 만찬도 가졌다.
22일 경주국립박물관과 석굴암 등지를 둘러보기위해 경주 힐튼호텔에 묵은 르벨 총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1994년 첫 방한후 두 번째 한국방문이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과는 1990년 이후부터 같이 연구하고 학술적인 교류를 해오고 있다.이번 방문은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 증진을 위함이다.
▲현재 고등사회과학원의 한국학 연구경향은 어떤가?
-전공이 아니어서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종교학과 19-20세기 도시화 문제 및 역사를 연구하는 길모즈, 들리송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이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학을 연구하고 있다.
▲동양문화 특히 한국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가?
-유럽 근세사를 전공했지만 동양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여러차례 방문했지만 아시아 언어는 전혀 모른다. 관심을 갖고 있는 동양문화도 번역물이나 이해 가능한 언어로 느낄 수 밖에 없어 아쉽다.
▲청도 운문사를 방문하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정말 환상적이었다. 고요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사찰의 아름다움과 승려들의 친절함에 무척 감동받았다. 비록 불교를 잘 모르지만 나처럼 종교적 성향이 약한 사람에게도 신비하고 경외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전통사찰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규정지을 수 있었는가?
-운문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국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여러 가지 이해의 폭을 넓혔지만, 결국 내가 본 것은 조각에 불과하다. 부분을 보고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영남대를 방문했는데 한국의 대학과 프랑스의 대학을 비교해본다면?
-한국의 대학은 미국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프랑스의 대학들은 오랜 세월 동안 지성의 함양과 강의, 연구 등에만 몰두해왔다.
그런 점에서 조금 다른 점도 있다. 더구나 고등사회과학원은 프랑스 내에서도 매우 특이한 대학이다. 프랑스와 다른 한국의 대학문화를 보는 것도 이번 한국방문의 목적 중 하나다.
▲현대 프랑스 지식인들은 어떤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가?
-그들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예나 지금이나 프랑스 지식인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시민의 권리와 권리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또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문제도 그렇고, 전통적인 빈곤의 개념과는 달리최근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성격의 '빈곤' 등을 현안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문제들은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전 세계 지식인들의 관심사라고 생각한다.
▲유럽 화폐통합 이후 유럽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어떤 것이 있는가?
-50년대부터 유럽통합이 추진돼왔고, 아직 완성된 것도 아니다. 올해부터 유로화를 갖게 되었지만 그것은 아직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이것은(르벨 총장이 호주머니에서 50유로 지폐를 꺼내보였다) 우리의 관습을 바꿔나갈 것이다.
유로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프랑스인이 마드리드나 베를린에 가더라도 외국인으로 느껴지지 않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유럽 각국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유럽이 또 하나의 다른 특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철저하게 지역적인 것이 남으면서도 통합적인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설적이지만 브르타뉴 사람들은 여전히 브르타뉴적인 사람으로 남지 않을까…. 유럽통합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26일은 빅토르 위고의 탄생 200주년 기념일이다. 위고가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 끼친 영향이라면?
-위고는 국민적 작가다. 과히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프랑스인들이 좋아하고 있고, 대중적으로 그의 인기를 능가할만한 작가는 드물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위고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훨씬 다양한 기념행사가 있을 것이다.
22일 오후 울산공항을 통해 상경한 르벨 총장은 다음번에 다시 한국을 찾을 기회가 온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23일 출국했다.
(통역: 김정숙 영남대 교수)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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