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미술이여 몽상(夢想)하라!

세상의 모든 것들은 꿈을 갖고 살아간다. 수학은 모든 것들을 수량화하고 수적(數的) 관계로서 세상을 설명하기를 꿈꾼다. 컴퓨터의 발달로 그 몽상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천체물리학은 소립자(素粒子)의 심층구조를 탐색하여 우주의 탄생을 규명해보려는 몽상을 품고 열심히 입자가속기를 가동시키고 있다. 생물학은 유전자의 위치와 염기서열을 밝혀 인체의 비밀을 규명하려고 한다.

인간이 유전자의 위치와 염기서열로 규명될 수가 없고, 세상사가 수적 관계로서 설명될 수도 없고, 극소물질을 찾아낸다고 해서 우주의 비밀이 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몽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몽상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몽상은 삶에 강력한 추진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었던 모든 것들은 플라톤의 말처럼 현실에서는 성취가 불가능한 이데아(Idea)인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성취한 것은 이데아에 도달하는 과정 중에 얻은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요즘 우체국을 선전하는 TV광고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장인이 인사하러온 새신랑에게 묻는다. "그래, 자넨 꿈이 뭔가?" 새신랑은 대답대신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이 말을 요즘의 미술에게 묻는다면 미술은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머리를 긁적이며 멋적은 미소를 짓지는 않을까. 20세기 초의 미술이라면 당당하게 대답했을 것이다. "예, 예술지상주의의 건설입니다"라고….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의 미술은 몽상하지 않는다. 몽상이 없는 미술은 무엇으로 사는가? 주변에서 펼쳐지는 잡다한 삶을 그려내면서,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희노애락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삶을 그럴듯한 일상의 신화로 각색해내면서….

죽은 자를 저승에서 끌어내고, 화면에 현실을 재생하고, 조각에 생명을 부여하고, 초자연적인 미적 질서를 구축하려 강력하게 돌진했던 지난 날의 미술의 몽상을 다시 보고 싶다. 미술이여 몽상(夢想)하라! 박우찬(대구시립미술관 건립전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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