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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 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나희덕 '찬비 내리고-편지 1'

단단한 사유가 뒷받침된 아름다운 연시(戀詩)이다. 그러나 단순히 애인에게 쓰는 편지만은 아니다. 인생의 철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저리도 눈부신가요'라는 구절이 특히 그렇다.

인간은, 아니 인간의 사랑은(혹은 세상만물은) 결국 소멸이라는 운명을 안고 있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그 존재가 더욱 눈부신 것이고 고통조차도 더 소중한 것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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