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애늙은이' 신세대

반항은 젊음의 분출이다. 제임스 딘이 1950년대 세계 틴에이저의 넋을 빼놓은 것은 깊은 고독과 자유분방한 연기보다도 그의 강열한 반항의 눈빛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자 실의에 빠져 자동차스피드에 집착했는데 결국 교통사고로 24세에 요절했다.

제임스 딘이 팬들의 가슴 속에 아직도 젊은이의 우상으로 남아있는 있는 것은 이런 '세기적인 반항아'기질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신세대들은 이런 기질은커녕 오히려 '순종형'으로 다듬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새천년 세대의 부상'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덜 반항적이고 더 실질적이며 개인보다는 팀, 권리보다는 의무, 감정보다는 명예를 중시하고 다른 민족.종교.성적 취향에 대해 관대하다". 밀레니엄 세대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 70년대 X세대에 이은 80년대 출생자로 2000년부터 성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세대로, 감성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했던 X세대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조용한' 세대라는 것이다.

▲이같은 태도 변화는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현실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정치에 대한 환멸도 한몫했다니 기성세대가 이들을 이렇게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 강의실에서도 교수와 학생의 열띤 논쟁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교수는 열심히 설명하지만 학생들은 침묵하고 있다. 마지못해 교수가 한 학생을 지명해 생각을 물어보면 대부분 "교수님 생각에 동의합니다"라는 간결한 대답으로 쉽게 동조해 버린다고 한다.

▲지난 50년간 젊은 세대는 그야말로 젊음을 구가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50년대 미국의 '비트(beat)족'은 사회의 획일성을 두들겼고 60년대 '히피족'들은 기성생활에 반발하며 자연사랑운동을 폈다. 70년대에는 돌출 행동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X세대가 주류를 이루었다. 곧이어 인터넷을 무대로 한 N세대가 나타났고 튀는 패션에 쇼핑을 즐기는 Y세대가 새천년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에 질세라 힙합을 좋아하고 영상매체로 진출이 활발한 '1318' 즉 Z세대가 부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밀레니엄 세대들은 논쟁을 피하고 자기 보호의식이 강한 방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반항의 관점에서 보면 퇴보(退步)한 셈이다. '이유없는 반항'과 '앙팡 테리블'로 불려야 할 젊은이들이 어른보다 더 보수적인 '애어른'이 된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너무 튀어도 탈, 너무 숙여도 탈, 이래저래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가 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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