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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로비와 사바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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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터지는 비자금파문이나 뇌물사건 뒤에는 거의 로비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만있는데로비를 받은 탓이라는 궁색한 변명마저 들린다. 도대체 로비가 무엇이기에?

본래 로비는 건물 안의 기관에 속해있는 회원이나 의원 등이 그 기관에 속하지 않은 다른 일반인과 면회하기 위해 쓰는 홀을 뜻한다.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의 중앙로비는 그 역사와 전통으로 유명하다. 물론 극장이나 호텔 등의 입구에 딸린 중간 홀도 로비라 하여, 막간에는 입장객들의 사교장이 되기도 한다.

로비란 이러한 개방된 홀에서 일어나는 비공식적 의정활동이다. 의안통과나 반대를 위해 이해당사자가본회의장 앞에서 의원에게 직접 호소하고 설득하는 장치이다. 대중에게 열려진 부속실과 같은 존재이니, 심의의결 전에 재고 가능한 보완적 기회도 된다. 거꾸로 보면, 본회의 권위와 위계를 지키는 전례적 과정이자 상징적 절차이다.

그러나 요즈음 로비라 하면 대뜸 뭔가 은밀한 부정거래를 떠올리게 되니, 그 합법적 장치가 세상 탓인지 크게 변질되었다. 하기야 공적인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많은 이해가 서로 얽히기 마련이고, 배경설명이니 하며 비공식적인수작이 적잖이 시도되고 있는 듯하다. 급기야 로비스트가 목적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동네 브로커나 책략을 부리는 공작원으로 전락될 정도다.

이러하니 공적인 것을 사적으로 풀고, 정면보다 이면을 우선하고, 공인보다는 개인을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로비는 멋진 말이 되어버렸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로비라 하면 밀담, 뒷거래, 사전조율, 막후조정, 물밑접촉 등을 연상시키는 데 비하여, 듣기에 따라 거부감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단어의 어원이 지닌 유래 덕분이자 외래어가 주는묘한 어감 탓이며, 나아가서 지상에 뜨는 유명한 로비스트들 때문이리라.

이런 판에 로비의 고유한 기능, 즉 상대를 건전하게 설득하는 떳떳한 기회를 제대로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은밀히 부정적으로 거래해서 상대를 기분좋게 만든다면, 이게 곧 '사바사바' 이다. 일제의 잔재 하나로서 이젠 거의 사라진 일본말 속어가 바로 우리 식 로비인 꼴이다. 로비대신 차라리 사바사바라 하면 사회부정이 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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