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아라파트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신이여, 제게 순교자의 영예를 주소서"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3)은 29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완전포위된 상황에서도 자신이 신성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죽기를 바란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집무 청사에 갇혀있는 그는 전기와 물조차 끊긴 채 몇 명의 경호원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 머물고 있다. 텅 빈 방에서 기관단총을 가지고 나무 테이블 위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이 이날 사진으로 공개됐다. 이스라엘군은 3층짜리 청사의 2층까지 장악했으며 아라파트 수반과 측근들이 있는 3층만 남겨두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화로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것 뿐이다. 그는 CNN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격렬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비난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등 극도의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샤론 총리는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여러차례 아라파트 수반을 생사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앙숙이다.

아라파트에 대한 오랜 적개심으로 가득찬 샤론 총리가 자신의 손아귀에 놓인 아라파트 수반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만일 샤론 총리가 아라파트를 체포해버린다면 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팔레스타인은 커다란 혼란에 휩싸일게 뻔하다.

과거처럼 그를 추방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라파트를 골치거리로 여기는 아랍국가들이 그를 받아들일 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샤론이 그를 해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를 해칠 경우 이스라엘 사람들의 보복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실제로 얻을 건 아무 것도 없이 문제만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라파트 수반의 목숨을 완전히 거머쥔 샤론 총리는 그에게 테러행위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라파트 수반의 대답은 "죽어도 굴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수 십 년을 싸워온 샤론과 아라파트 두 숙적의 마지막 대결이 어떻게 막을 내릴 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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