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봄이 오는 개울가

오 남매의 겨울옷을

물에 담그시던 어머니.

세파에 찌든 때를 방망이로 태질하며

마음에 쌓인 근심 희부옇게 문질러도

비누 방울처럼 부풀던 꿈은 어쩔 수 없어

쮜어 짜는 땟물만큼 흘리셨던 그 눈물.

요놈의 세상도 요래 좀 빨았으마.

강변 자갈밭에 빨래 펴 말리시며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푸념을

줄어만 지는 옷소매를 향한 애틋한 눈길로

속내를 알 것만 같은 깊은 물에

풍덩-

돌 던지며 화풀이하시던 그 마음.

-공영구 '봄이 오는 개울가'

삼 형제가 각각 시, 시조, 수필을 써서 한 권의 문집으로 묶었다. 그 가운데서 뽑은 시이다. 산업화가 본격화 돼 강이 오염되고, 세탁기가 생기기 전에는 봄이 오면 개울가에서 어머니나 누이가 겨우내 묵은 빨래를 했다.

그 옆에 앉아서 강심을 향해 물수제비를 뜨며 놀던 추억을 가진 이들은 거지반 30대 정도의 나이가 될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는 강에서 빨래했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추억이 없는 세대의 불모성을 생각케하는 시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