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쌀값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4~6배나 되는 국내외 쌀값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쌀시장을 '신자유주의'식 발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 농업의 특성과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과연 정부가 쌀값 하락에 따른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만큼 충분한 대안을 제시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확정한 '중장기 쌀산업종합대책'의 핵심은 2005년 이후 추곡수매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시가로 사들였다가 시가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쌀값 하락은 불보듯 한데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의 소득감소분은 논농업직불제를 확대, 보전해 주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상한선을 현행 2㏊에서 5㏊로 확대하고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현재 ㏊당 50만원에서 70만∼8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달래기용'이지 실질적인 보전으로는 어림없다. 진흥지역 밖의 논은 현재 수준으로 묶어놓는 방침도 문제다.
특히 당장 시급한 휴경보상 등 인위적인 생산조정제 실시는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2004년 이후로 미뤄 농민들의 허탈감은 높아질 것이다. 벌써부터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이 쌀 생산비 보전에 미흡해 농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쌀정책은 개방 이후 농민들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1950년 이후 수십년간 쌀정책의 근간이었던 추곡수매를 하루 아침에 버리고 시장기능을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농민에겐 엄청난 충격이다. 문제는 농민들이 대안을 찾을 수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전체 소득에 대한 보전책 없이 쌀시장을 경제논리로 풀려는 것은 아무리 '세계화'와 WTO의 논리를 앞세워도 분노한 농심을 달랠 수는 없을 것이다. 쌀정책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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