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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오후-노천명 남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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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같은 머리를 땋아 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졸아치들이

날나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 치마를 둘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야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람프'불을 돋은 포장 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된다.

산 너머 지나 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씨이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소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딸기의 이슬을 털며

-노천명 '남사당'

안정된 삶에 대한 희구는 인간의 오래된 소망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진정한 예술은 이 안정적인 삶과 대척점을 이룬다는 데서 예술의 숙명적인 딜레마가 있는지 모르겠다.

남사당패는 떠돌이 예술가이다. 이들이 엮어가는 삶의 고단함은 예술의 근원에 대한 탐구인 동시에 인생의 본질에 대한 탐사이기도 하다. 삶의 행로에서 드러나는 애환, 시인은 그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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