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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쌀을 '사료용'으로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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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남아 200만섬을 사료로 가공해 짐승에게 먹이고, 200만섬은 가난한 나라에 무상원조할 계획이라고 한다. 처리비용만도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농민들이 피 땀흘려 지은 쌀을 많은 가공비와 운송비를 들여 처분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올 가을 추수 이후 또다시 쌓이게 될 쌀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없다. 재고 쌀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는데 급급한 농정이 답답하다.

정부는 대풍이 들었던 작년 가을 쌀이 남아 큰 일이라고 했다. 쌀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려 문제를 풀겠다며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형식적이고 단발성인 것으로 끝나버렸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이 10여년 전부터 쌀 소비촉진운동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 쌀 소비량을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식량청 예산의 40%를 쌀 홍보와 소비촉진에 사용하고 휴경보상제를 정착시키는 등 부단한 노력을 했다. 쌀 가공식품업체에는 정부 비축미를 무상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집권당과 정책협의도 하고 각계각층 전문가로 구성된 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도 만들고, 휴경(休耕)보상제를 도입하고, 쌀 가공 식품업에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추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현실성이 결여 된데다 지속적이지 못한 원인이 크다. 한때 '반짝행사'로 끝난 소비촉진 운동만 봐도 정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쌀 가공 식품업체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던 방침을 업체들이 중국산 쌀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철회한 것도 철저한 분석없이 내놓은 시책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쌀 농사는 국가전략산업과 같다. 올 가을이면 쌀은 적정 보유량의 두배인 1천300만섬을 넘게 되고 2004년 이후 쌀시장이 개방되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종합적인 장기대책보다 수확기 이전에 400만섬을 처리하는 방안에 매달려 있다.

쌀 소비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수입밀가루에 의존하는 분식장려 등 쌀 소비를 막는 시책에 대한 점검과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남예영(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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