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앞에서 세월을 묻는다
성주 대가천 계곡, 선바위(立岩)
아찔하게 솟은 절벽은
이끼마냥 푸른 소나무를 둘렀다
매끈한 몸뚱아리는 아니거니와
딱딱하게 굽은 등걸과 깎아진 나이테, 의심을 모르는 뿌리
절벽은 소나무를 똑 닮았다
비가 거세지고 슬슬 계곡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절벽을 쓰다듬던 시내는 금세 격류가 됐다
그 변덕을 다 받아주느라 절벽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풀은 비 온 뒤 더욱 푸르다지만
비에 젖은 바위는 시퍼런 낯빛으로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잠자리가 낮게 비행하고
파리가 화가의 우산안에서 젖은 날개를 말렸다
절벽은 찰나와 영원의 門
절벽앞에서 '나'라는 現象을 되묻는다
글: 최병고기자
그림: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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