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씨가 말랐어요. 바다에 나가봐야 기름값도 못건집니다. 어획고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예요". 포항수협 위판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한숨지었다.
계속된 비 때문에 횟감용 활어 값이 떨어지고 연안·근해에서 어족이 사라진데다 적조마저 꿈틀거리면서 동해안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지역 항·포구마다 예년엔 볼 수 없던 어획부진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구룡포·축산 등 동해안 수협들은 정치망·자망·채낚기는 물론 소형 연안어업 등에도 어획량이 격감, 위판고 하락 등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경북 최대어항인 구룡포의 경우 연안·근해 구분할 것없이 고기가 잡히지 않는 최악의 해황 탓에 수협위판고가 5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러시안산 수입대게 영향으로 대게위판고는 37억원으로 지난해 74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이로 인해 지역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어민들 중에는 대출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두봉 영일수협 지도상무는 "러시아수역에 출어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의 어획량이 만선의 기대에 못미치는 데다 연안 어황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어민들 얼굴마다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포항수협도 최근 들어 문어·가자미 등 일부 어종을 제외하곤 고기가 없어 하루 위판물량이 정상 위판금액 1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어황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3억~4억원을 들여 오징어 채낚기선 등 30, 40t급의 어선을 장만한 근해조업 선주 중 상당수는 자부담 3분의 1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수협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것이어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호우 피해를 입은 울릉도는 인근 해역에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지 않아 소형어선 200여척이 출어를 포기, 어민들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 들어 햇오징어가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울릉도 연안에 소량의 어군을 형성, 일부 어선들이 조업을 해 250t(2억6천만원)을 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어획고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350t(4억5천800만원)에 비해 43.3%나 감소한 것으로 연안의 어군 형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군내 전체 어선 380여척 중 그나마 규모가 큰 100여척의 어선은 오징어 어군을 찾아 독도, 대화퇴 등 먼 바다로 출어하지만 대부분 소형어선은 6월부터 3개월째 정박해 있고 겨우 50여척만 출어해 횟감을 잡는 실정이다.
울릉수협 김정호 판매과장은 "최근 오징어철 적정 수온으로 어황이 회복되고 있지만 잡히는 오징어 대부분이 새끼 오징어"라며 "정상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기름값도 못건지기 때문에 대부분 어민들이 배를 매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연안으로 북상한 적조는 발생 나흘이 지난 20일 현재 다행히 확산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9일 예찰결과 포항~경주연안은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당 1개체 미만 검출돼 적조 초기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날 바다수온은 22.2~23.4℃로 전날보다 1℃ 상승한데다 일사량이 늘면서 수온이 적조생물 번식에 적합한 24~26℃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조가 급속하게 확산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상호·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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