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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개관 앞둔 시인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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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20년간 살면서 '강'과 '밭' 등의 작품을 쓰기는 했지만, 친정같은 그곳에 추호도 기여.공헌한 바가 없습니다. 문학작품이라는 것도 애독.애송된다기보다는 시쳇말로 '뭐 별로'요, 오직 80여 평생을 쓴다는 그 하나로 소위 원로시인의 대접을 받고 있는게 실상입니다".

자신의 집필공간이었던 칠곡 왜관의 옛 관수재(觀水齋)에 들어선 '구상문학관' 개관(4일)을 이틀앞둔 구상(具常.82) 시인. 노시인은 생애의 가장 영예롭고 은혜로운 자리에 노병(老病)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유감을 전하면서도, 그것이 차라리 생광(生光)을 누리려는 과욕을 제어하는 신령한 섭리라고 자위했다.

그리고 내심으로는 문학관 이름에서 '구상'을 제거하고 '칠곡'이라 제시하고 싶었으나 이또한 오히려 위선적 허세가 될까해서 자제했음도 덧붙였다. 구상문학관이 문을 여는 옛집터에 시인이 정착한 것은 한국전쟁 후.

지역의 대학 강단과 언론계에 몸담으며 향토의 문단을 기름지게 가꿨던 시인은 그 문학적 역량과 호방한 성품으로 인해 '향촌동의 백작'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전쟁과 독재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오로지 문학 한길만을 걸어온 문단의 거목이다.

문학을 통해 영원을 사는 모습을 보여준 그의 관수세심(觀水洗心)은 이제 신에 다가가려는 숙연함을 지녔다. 자신의 삶과 문학 그리고 구도자적 정신세계를 일궈온 옛 집의 거듭 남을 보지 못한채 몸은 지금 서울의 한강변에 있지만, 마음은 어느덧 문학적 고향이었던 왜관의 낙동강변을 서성댄다.

대표작인 '밭일기'.'그리스도 폴의 강' 등의 시를 남겼고, 숱한 문우와 예인들과의 추억이 서린 곳. 관수재. 끝내 찾지못한 낙동강변. 그러나 노시인의 시심은 강이 되어 흐른다. 시원의 이상향으로 회귀하려는 물결이 되어…. '무상(無常)도 우리를 울리지만/ 안온(安穩)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우리가 사는게/ 이미 파문이듯/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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