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납고추 비리 관련자 또 숨져

농협의 군납고추 납품비리와 관련, 사건 해결의 열쇠를 거머쥔 인물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이들의 사망원인과 동기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9일간의 시차를 두고 숨진 2명 모두 단순히 금품 수수만으로 죽음을 택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위 사람들의 진술로 미뤄 이들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 처했거나, 이들을 입막음하려는 배후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음독 자살한 청송 진보농협 운전기사 김모(39)씨가 죽음 직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죽음에 대한 압력을 받았음을 시인한데다, 8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원주 원예농협 판매과장 원모(41)씨도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납품업자 허모씨와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원 과장은 지난 8일 오후 5시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속칭 '골말' 공동묘지 입구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주경찰서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10일 오전 원씨의 시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고, 최근 휴대폰 통화내역을 확인하는 등 원씨 주변 수사에 나섰다.

원씨는 지난 7일 출근한 뒤 오전 10시쯤 사무실을 나가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전화 등 일체의 소식이 끊겼고, 발견 당시 시동이 걸린 자신의 EF소나타 승용차 뒷좌석에 엎드린 채 숨져있었으며, 자살을 뒷받침할 만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당초 경찰은 원씨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등산용 칼로 자신의 목을 찌른 뒤 다시 극약을 마시고 자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9일 저녁 검시에 나선 춘천지검 원주지청이 선행 사인은 음독이 아니라 목의 상처이며, 자살방식이 석연찮다는 등 몇가지 타살 용의점을 들어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국과수 부검을 결정했다

숨진 원씨의 유족과 친구들은 "스스로 목을 찌르고 뒤이어 음독하는 끔찍한 자살이 과연 가능하냐"며 "경찰에 모든 것을 털어놓고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으로 석방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며 최근 논의했었는데 자살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30일 음독 자살한 김씨도 숨지기 직전 가족,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죽을 것을 종용받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유족들이 녹음한 20분 분량의 테이프에서 김씨는 누나(44.대구)에게 "그들이 나만 죽어주면 가족들을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털어놨으며 "업자 허씨는 나에게 말을 맞추자고 제안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유족과 주민들은 "단순히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2명이나 자살을 택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숨진 사람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세력이 배후에 있었고, 이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납품업자 허씨로부터 지난해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2천여만원을 폰뱅킹으로 송금받은 혐의를 잡고 원씨의 신병확보에 나섰던 청송경찰서는 원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원씨와 김씨가 해외로 달아난 허씨와 밀접한 사이였던 점을 중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별취재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